한은 “공급 과잉 가능성도”
제주지역 상업용부동산 시장의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수요자는 위험선호에 기댄 레버리지(leverage) 투자를, 공급자는 과도한 수주경쟁과 밀어내기식 건설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제주지역 일부 부동산시장이 조정(주택가격 보합, 토지거래 감소)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해까지 증가세를 나타냈던 상업용부동산 거래량이 4.1% 감소하고 임대가격지수도 정체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소형상가의 공실률은 지난해 3분기 2.7%에서 올해 3분기 3.2%로 점차 높아지는 가운데 오피스텔은 10%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시 도심은 임차수요가 이어지면서 4.5%에서 1.5%로 급락했지만, 노형오거리는 최근 임대료 상승, 중대형 위주의 입지여건 등으로 3.8%에서 6.8%로 급등했다.
수익률은 완만한 오름세를 나타내다가 제2공항 입지발표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중 급등했으나 올 들어 상승기대가 악화되며 하락하고 있다.
전국 평균과 비교하면 공실률은 낮고 수익률은 높은 수준이지만 변동성은 전국 평균 대비 1.6~7.0배나 높은 상황이다. 이 같은 높은 변동성은 경기부진시 공실률 급등으로 이어져 도내 상업용부동산 경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안정적 투자유치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단 한국은행은 수급측면의 리스크가 점증하는 가운데 급격한 가격조정이 나타나지 않겠지만, 잠재적 대출리스크가 존속하는 등 다소 불안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수급측면을 보면 중대형 위주로 수요 위축 가능성을 예상했다. 건축원가는 높아졌으나 부동산가격 상승기대가 약화됨에 따라 높아진 매입비용이 수익률 하락요인으로 작용해 투자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견해다. 토지가격 및 자재비가 30% 상승할 경우 건축원가는 14.2% 높아지며 수익률은 6.6%에서 5.1%로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제주지역은 영세상인이 많은 데다 투자비용이 적고 이익률이 높은 소형상가에 임차수요가 집중됨에 따라 중대형 투자수요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최근의 건축착공 부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건축허가 물량이 착공을 대기하고 있어 당분간 상업용부동산 건설이 중대형을 중심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건축허가 후 8개월 후에 착공이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근시일 내에 중대형 상업용부동산의 공급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시된다.
또 연세제도가 전세제도로 전화되거나 연세제도가 유지되더라도 보증금을 늘리고 연세를 줄일 경우, 초과수익이 소멸돼 상업용부동산의 가격은 하락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늘어난 대출도 잠재리스크를 점증시키고 있다. 현재화된 위험은 크지 않으나 담보 가운데 상업용부동산의 연체율(0.87%, 3분기 말)과 고정이하 여신비율(0.98%)이 월등하게 높아 위험이 내재화돼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제주지역 상업용부동산 시장은 상대적 투자메라트 존속에 더해 지역경기 호조, 그간의 부동산가격 상승, LTV 관리 강화 등으로 경착륙 위험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경기둔화 및 기업 구조조정,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등 대내외 불안요인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변동에 민감한 차주가 상당(58.1%)하고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대출증가로 부실위험 또한 점증하고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상업용부동산은 주택보다 위험이 클 뿐 아니라 임차인을 매개로 도내 기업활동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만큼 유관기관이 협력해 관련 통계를 체계적으로 구축,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