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전도’ 원도심 활성화 계획
‘주객전도’ 원도심 활성화 계획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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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제주문화사업, 이대로 괜찮나 <2> 원도심 도시재생
콘텐츠 확보 등 세부계획 없이 토지·건물 매입에만 몰두
“도시재생은 민간 주도로…시간 흘렀지만 구체화는 없어”

문화의 지평을 열겠다며 취임 초부터 ‘문화기조’를 내세웠던 원희룡 도정. 원 도정의 핵심 문화 융성 추진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17년. 제주도는 문화예술 분야 활성화에 전체 예산의 1317억원(2.96%)을 배정했다. 예산 배정만이 아닌 실속 있는 사업 추진 계획도 이뤄지고 있는지 그 과정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스러져가는 원도심을 되살리기 위해 제주가 ‘도시재생’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주도는 내년부터 원도심 활성화 계획 중 하나로 관덕정 광장과 성굽길·서문·공신정 등을 복원하는 마중물사업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주도가 추진하는 도시재생 사업 계획이 지역이 갖고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찾는 방안이 아니라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 주기 쉬운 ‘복원’이라는 물리적 환경 정비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은 ‘오래된 미래, 모관’을 비전으로 일도1동·이도1동·삼도 2동·건입동 등을 대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크게 역사문화 도시 조성과 정주환경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설정된 상태로 우선 제주도는 이번 사업 복원 준비 작업을 위한 토지·건물 매입비로 내년도 본예산에 29억 7700만원을 편성했다.

도시재생 전략 및 활성화 계획 에 따르면 제주도는 도시재생 활 성화 사업 총 사업비 3577억 원 중 성굽길 조성 등이 포함된 마 중물사업(14개)에 200억 원을 투입한다. 이 중 관덕정 광장 및 도심올레길(성굽)조성사업에만 65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계획안 내용을 보면 한짓골 및 옛길조성사업, 서문 일원 복원사업 등 대부분 환경 정비·복원 사업으로 정작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콘텐츠 확보 논의 계획 등은 부재한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는 지난 22일 내년도 공유재산 관리계획 심의를 앞두고 관덕정 일대를 방문한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언급했다. 의원들은 “콘텐츠 등 세부적인 사업계획도 없이 막연하게 원도심 토지·건물 매입에만 몰두하는 것은 안 된다”며 “도시재생 사업 추진에는 콘텐츠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사업 가운데 가장 큰 덩치를 자랑할 제주성 복원은 역사적 고증도 없는 상황에서도 오랜 제주의 역사 시설물이라는 이유 등으로 행정이 적극 추진하고 있어, 공간에 대한 기억 보존을 담보로 추진돼야 할 ‘도시재생’의 핵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는 “행정에서 너무 복원이라는 부분만을 부각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옛 문화재 공간을 복원하는 것만이 도시재생의 핵심은 아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추구하는가가 더 중요한 것인데, 지금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고 도정의 도시재생 문제점을 짚었다.

실제로 원도심 재생사업은 지난 10월 국토교통부 2차 심사를 통과하며 사업에 탄력을 받았지만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수립과정에서도 지역주민의 참여가 부족했고, 개발 위주로 사업계획이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으며 보완을 요구받았다.

김 교수는 “도시재생에서 중요한 것은 지역의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와 실행·사전조사·분석 등도 주최가 지역주민이 돼 함께 진행해야 하는 것”이라며 “원도심 활성화 사업은 시간이 상당이 흘렀음에도 추진 실적이나 체계가 구축이 되지 않았다”고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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