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비어천가’ 먼저 부르던 미디어
최근 청와대 비판·풍자 봇물
권력 붕괴조짐 보이자 너도나도
검찰도 최근 “게이트 강력 대응” 방침
사자 힘 빠지자 하이에나 덤비는 격
그래도 ‘200만 촛불’ 국민이 희망
드넓은 아프리카 초원, 동물의 왕국에서 절대 지존은 백수의 왕 사자다. 사자는 거칠 것이 없다. 초원을 지배하다 보니 표범이나 치타 등 다른 포식자들이 애써 사냥한 먹잇감을 강탈해 간다. 사냥 경쟁 상대인 하이에나를 물어죽이기도 한다.
이런 사자의 왕국에도 끝이 있다. 사자가 늙거나 다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는 순간이다. 사자가 힘이 있을 때는 눈치만 살피던 하이에나들이 ‘이가 빠지고 발톱이 무뎌진’ 사자에 떼로 달려들어 뼈까지 먹어치우는 ‘피의 성찬’을 벌인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태로 인한 ‘박근혜 탄핵’ 정국의 대한민국에서 동물의 왕국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의 ‘사자’를 향한 미디어의 비판 등 집중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물론 미디어의 비판 기능은 언론의 본령이다. 권력에 대한 ‘감시견(watchdog)’으로서 당연하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게이트’의 공범으로, 헌정 사상 첫 ‘피의자 대통령’으로 검찰에 입건되는 등 권력이 붕괴조짐을 보이자 ‘비판’이 봇물 터진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일 때는 ‘박비어천가’를 선창(先唱)하던 언론들이다. 세월호 사태·정윤회 문건유출과 십상시 등 ‘박 대통령의 문제’가 충분히 노출됐던 사건들을 애써 외면하고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보도’ 등 청와대의 비위 맞추기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들이다. 비판을 않는 것 보다는 낫겠지만 보기가 불편하다. 얍삽해 보인다.
코미디 프로그램도 대동소이하다. 일순간 방송에서 사라졌던 박 대통령 등 정치풍자 코너가 최근 홍수를 이루고 있다. 너무 많고 ‘하이에나 근성’을 알기에 통렬하기보다 역겨울 지경이다.
‘박근혜 탄핵’ 정국에서 최고의 ‘하이에나 행태’는 대한민국 검찰이 아닐까 한다. 언론과 정치권의 요구에도 청와대 관련 의혹 수사를 미적대왔다. 그러다 이제 원칙대로 강경 대응 방침이라고 한다. 곧이들리진 않지만 ‘지금이라도’ 그렇게 ‘말이라도’ 한다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왜 진작 하지?”라고 질책하지 말자. 묻는 게 너무나 우습다. 대한민국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오죽했으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겁찰’이라고 했을까. 권력 앞에 설설 기는 겁 많은 검찰이라는 일갈이다. 최근 강경해진 검찰에 대해선 “다리가 부러진 사자에게 떼로 달려드는 하이에나”라고 꼬집었다.
대한민국 헌법(제11조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입장에서 이 말은 골방 속으로 처박힌 지 오래다. 법을 아우르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행태를 합리화하기 위해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말장난으로 보일 뿐이다.
그래서 헌법 11조1항은 “모든 법은 권력 앞에 공정하다”로 읽힌다. 힘도 빽도 없는 국민들에겐 추상같은 검찰이 권력 앞에선 ‘겁찰’로 변신하며 권력의 크기에 따라 법의 잣대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웃으며 팔짱 낀 모습의 사진 1장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일반인이었다면 위세에 눌려 눈을 들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검사님’들을 테이블 옆에 ‘도열’ 시켜놓고 농을 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코미디다. 우 전 수석은 검사 출신으로 수사 전문가다. 이런 ‘선수’와 관련된 압수수색을 의혹 제기 4달여만에 했다. 증거를 인멸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이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의혹 또는 혐의와 관련한 증거를 남겨둘 리가 없다. 이를 모를 검찰이 아닌데 ‘최순실게이트’ 관련 압수수색들이 한 박자도 아니고 서너 박자나 늦다.
‘기춘 대원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겁찰’의 태도 또한 논란이다. 많은 정황 증거와 증언에도 불구, “혐의를 찾을 수 없다”로 일관해왔다. 그러다 200만 촛불이 켜지고 ‘특검’이 출범할 즈음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 방침을 밝혔다.
그야말로 사자와 하이에나다. 대한민국이 동물의 왕국을 닮아가고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 그리 어려운 일일까. 그래도 촛불을 밝히는 자랑스러운 대한국민들이 있어 희망을 접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