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 유네스코 등재,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해녀 유네스코 등재,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 이선화
  • 승인 2016.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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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 가치 세계적으로 인정
따뜻한 축하·가치 공유 방안 필요

지금 멀리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날아올 낭보를 기다리고 있다. 다름 아닌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 소식이다. 30일 밤(한국시간) 유네스코 제11차 무형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등재신청을 한지 2년 8개월만이다. 이미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등재권고를 받은 상태여서 이변이 없는 한 등재는 확실하다. 공식 발표만 남아있는 셈이다.

제주는 곧 해녀이며, 해녀가 곧 제주다. 제주해녀는 우리 어머니의 역사이며, 오늘의 제주를 만든, 그리고 지금도 살아있는 문화다. ‘숨비소리’를 내뱉으며 목숨을 담보로, 맨몸으로 물질하며 일궈낸 것이 오늘날 제주경제의 버팀목이 됐다.

도민들에게 해녀는 늘 고생하시던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자식으로서 늘 죄송한 마음이 투영돼 있다.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는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어서 제주의 어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게 제주의 모든 아들과 딸들의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역사적인’ 등재를 앞두고 있음에도 기대와 설렘이 크게 전해지지 않는다. 너무나 조용하다.

그 이유를 의회의 내년도 예산 심의과정에서 알았다. 유네스코 등재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세계유산본부에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에 따른 후속사업 예산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도 전체의 문화재 관련 업무를 일원화, 세계유산본부로 통합 출범하면서 세계유산 문화재정책과도 생겼다. 세계자연유산과 관련해선 등재 10주년 예산이 7억8000만원이나 편성되고 있지만, 제주해녀문화와 관련 예산은 단 1원도 없다. 세계유산본부는 해녀의 유네스코 등재이후 후속사업은커녕 축하행사조차 기대할 수도 없는 형국이다.

2015년 기준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목록은 336건에 달한다. 그 가운데 세계최초의 ‘여성 정체성 대표목록’이 바로 제주해녀문화다. 제주만이 아닌 국가 차원과 여성계 차원에서도 세계최초 여성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브랜드 확산에 주력해야 함에도 제주도정은 너무나 안일해 보인다. 모진 삶의 현장에서 도전정신으로 세상과 마주한 당당함, 오랜 세월 바다와 공존해 생명력, 가족에 대한 사랑과 나눔 등 ‘제주해녀정신’을 자랑스럽게 기억하고 기록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아직도 마음 한구석엔 해녀를 대하는 일본인들에 대한 부러움이 남아있다. 2013년 일본 미에현 토바시청을 방문했을 때다. 시청 현관에서부터 ‘아마(海女) 3대 다큐멘터리’ 홍보 포스터가 방문객을 맞았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 곳곳엔 아마를 귀여운 인형으로 표현한 토산품 등 건물 내부가 아마 콘텐츠로 채워져 있었다.

정작 우리는 어떤가? 제주도청엔 제주해녀의 포스터 1장, 사진 1장이 없다. 제주도청 홈페이지에라도 링크돼 제주해녀를 자랑하는 동영상도 없다. 유네스코 등재 신청을 포기한 일본도 자신들의 해녀인 아마문화를 공무원들 사무실에서부터 존중하고 애정을 표현하는데 당장 등재가 확정되는 우리는 이 모양이다. 이러한 ‘영광’을 받을만한 준비돼 있는 가 반문하게 된다.

제주해녀문화의 정책은 유네스코 등재 전후로 나뉘어져야 한다, 등재 후에도 도정이 똑같은 행정마인드로 똑같은 사업명의 사업들을 올려선 안될 것이다.

오늘의 제주를 일구어내신 제주 어머니들이 살아오신 역사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유네스코 타이틀을 획득했다. 관례적 이벤트가 아니라 도민 모두가 진정으로 제주해녀에게 감사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의 축제가 마련되길 기원한다.

제주해녀문화의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제주의 자연·문화·사람에 대한 가치와 도민의 자존감을 높이는 일이 강화돼야 한다. ‘등재’는 그 일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차원의 일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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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훈 2016-12-01 11:48:30
제주해녀 인류무형문화의 등재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제주여성들께서 일구어낸 기적이라
표현해도 손색없을듯 합니다. 이번 계기로 어디서든지 제주해녀풍습볼수있도록 다양한모습등,기대하겠습니다. 아울러 보존,전승 지속적으로 관리되고 발전해 나가도록 부탁드리며, 이번 제주해녀무형문화등재에 힘써주신모든분께 감사드립니다. 제주해녀 아자"아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