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도 ‘선거 고시’ 바람이 부는가. 지금까지 무급 명예직이었던 지방의회 의원이 유급직으로 바뀌면서 도내 지방 정가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 고시’ 열풍으로 술렁이는 모양이다.
‘선거 고시’란 합격하면 5급 공무원(사무관) 대우를 받는 사법·행정·외무고시 등 이른바 3시(試)에 비해 광역의원은 실정에 따라 2, 3급, 기초의원은 4, 5급 공무원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데서 나온 신종 유행어이다.
내년 7월부터 유급화될 경우 연봉이 기초의원은 5000만∼6000만 원, 광역의원은 6000만∼8000만 원이 돼 현재 회의수당 등 실비로 받는 기초의원 1800여만 원에서 광역 2700여만 원에 비하면 국회의원과 별 차이 없는 수입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특히 제주지역은 행정구조 개편으로 내년부터 기초의회가 없어지게 돼 있어 현 기초의원 중 상당수가 도의원으로 말(馬)을 바꿔 탈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전·현직 도의원과 기초의원, 그리고 신진 정치지망생들까지 몰려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광역의원은 정당공천이 ‘필수’이다시피 하다 보니 요즘 도내 각 정당에는 기초의원들의 입당 러시로 때아닌 호황(?)을 이뤄 각 당 제주도당 관계자들은 “요즘 같으면 정당 생활하는 맛이 난다”고 반색할 정도라고 한다.
제주의 경우 기초의회 폐지와 고액연봉을 받는 광역의원의 등장으로 지방자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 틀림없다. 우선은 정말 지역을 위해 일해보고 싶은 데 돈이 없어 할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인재를 등용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회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 하겠다.
하지만 한편 지방자치 구현에 대한 철저한 신념이나 의식은 물론 기본 실력도 없는 사람이 고액연봉만 바라고 정당공천에 기대어 당선되는 일이 생겨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함은 더 말이 필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