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아이들은 봉’ 원장 위해 존재했다
‘교사·아이들은 봉’ 원장 위해 존재했다
  • 문정임 기자
  • 승인 20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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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봇물 사립유치원
<上>도교육청 감사결과 발표

공금으로 개인시설 짓고, 교사 위한 해외연수엔 가족 보내
도교육청 특정감사 24건 적발…2명 중징계, 3곳 수사 의뢰

유치원에서 가외 비용을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학부모들의 민원이 있어 감사를 진행했더니 일부 유치원에서 운영비를 개인금고처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에서 돈을 지원받는 사립 유치원들의 공금 유용 행태와 이를 조장하는 법적 시스템의 문제를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지난 8월30일부터 9월9일까지 도내 전체 사립유치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하고 28일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이전부터 교육청과 경찰로 민원이 이어졌던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감사 없이 자체적으로 회계를 관리해왔던 사립유치원들에 대해 앞으로 엄정하게 대처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전체 20개원 가운데 9개원에서 24건이 적발된 가운데 일부 유치원들에서 여러 건의 문제가 집중 적발되는 형태를 보였다.

가장 많은 문제가 확인된 제주시 A유치원의 경우, 원장이 남편 명의의 땅에 유치원 운영비 998만6400원을 들여 전기와 화장실 등 개인시설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유치원 원장은 방과후 특성화 프로그램비로 교육청 기준(유아 1인당 6000원)보다 많은 1만원을 징수해 유치원 운영비에서 지출해야 할 도구 임차료와 운영비를 학부모들에게 전가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또, 간호사 자격이 없는 자신의 여자 형제를 직원으로 채용한 뒤 직급이나 경력 산정 없이 원장 임의대로 급여를 지급했고, 올해 방과후 수업에서는 전문성 증빙서류나 프로그램 운영 계약서 없이 숲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한 뒤 매월 약 80만원씩 총 440만원을 강사비로 지급했다. 이 사람 역시 원장의 친인척으로 확인됐다.

해당 원장은 유치원에서 차입금을 운용할 수 없음에도 차량 2대를 월 200만원씩 2~3년 할부로 구입하기도 했다.

이번 감사에서는 유치원 원장들의 과도한 급여 수령 의혹도 사실로 드러났다.

B유치원 원장은 교사들에게는 공립유치원 교사 급여의 80% 수준만 지급하면서 정작 자신은 2016년 공무원 보수규정의 교사 최고호봉(40) 기본급보다 484만여원 더 많은 886만여원을 기본급으로 가져갔다.

감사관실 관계자는 “유치원이 자체적으로 정한 수당까지 합하면 B유치원 원장은 한 달에 1000만원이 넘는 급여를 수령했다”고 설명했다.

C유치원 원장의 경우에도 월 기본급이 544만원에 달했고, D유치원 원장은 2015년 감사에서 같은 문제로 견책처분을 받았음에도 이후 성과상여금으로 한해 860만원을 더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이번 감사에서는 설립자 개인의 공공요금을 유치원 운영비로 충당하거나, 선진지 유아교육연수를 실시하면서 연수 목적에 맞지 않는 직원(남편과 아들)을 보낸 경우, 원장 개인의 동창회비나 대학축제 후원금을 업무추진비에서 부당 지급한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도교육청은 이번 감사에서 주의 17건과 시정 7건 등 총 24건을 적발하고 이 가운데 2명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요구하고, 3개 유치원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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