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공간만 늘리는 ‘단세포 정책’
물리적 공간만 늘리는 ‘단세포 정책’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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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제주문화사업, 이대로 괜찮나 <2> 창작공간 ‘레지던시’
제주도 문화산업 인프라 확장…예술 복지 ‘생색내기’
발표무대·판매공간 태부족…‘생계문제’도 고려돼야

문화의 지평을 열겠다며 취임 초부터 ‘문화기조’를 내세웠던 원희룡 도정. 원 도정의 핵심 문화 융성 추진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17년. 제주도는 문화예술 분야 활성화에 전체 예산의 1317억원(2.96%)을 배정했다. 예산 배정만이 아닌 실속 있는 사업 추진 계획도 이뤄지고 있는지 그 과정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최근 제주도정은 제주를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문화 산업(産業)’ 인프라 확장 노력에 한창이다. 그 중 한 가지로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 공간을 지원하는 ‘레지던시(Residency)’ 사업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예술인들의 창작 발표 무대 및 판매 공간은 한없이 제한적이고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제주에서 창작 공간만을 확대·지원한다는 것은 예술인들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정책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제주에는 공간을 마련해 내려오는 자발적 이주예술인도 늘고 있는 만큼 공간에 대한 지원보다는 이들의 창작물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무대·전시장)와 예술인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한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문화예술 활성화의 일환으로 국가·지자체·민간 등에서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공간을 지원하고 있는 레지던지 사업을 도내 전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2차 정례회 개회식 시정연설에서 밝혔다. 

우선 제주도는 옛 명월초등학교를 국제 레지던시 공간(예정)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설계 비용 1억 원을 편성했다. 또 제주시는 시민회관을 창작스튜디오(레지던시+소규모 전시공간+공연장 등)로 조성하려는 예산 25억여 원(시설비 20억·운영비 5억)도 올렸다.

행정은 이처럼 유휴시설 등을 활용해 경제적으로 열악한 예술인들에게 희망적인 시스템으로 비춰질 창작 공간을 확대·지원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다. 하지만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다. 

제주도의회 이선화 의원(새누리당)은 “창작공간이라는 인프라만 제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인한테도 진정한 복지는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고 한다. 예술인들도 거지처럼 돈만 받는 것은 싫어할 것”이라면서 ‘일자리가 문화 복지’임을 강조했다. 

2013 문화다양성 조사(제주문화예술재단)에 따르면 예술가들 중 제주 이주 예술가들은 소득 수준이 낮고 예술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낮음에도 이주에 대한 만족도는 높게 나타났다. 조사는 이주예술가들의 제주 이주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었던 만큼 경제적 보상을 가져왔을 때 이주 후의 삶까지 만족스러운 삶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2015 예술인 실태 조사’ 자료에서도 예술인 중 절반 이상은 ‘겸업 예술인’이었으며, 이들이 예술 활동만으로 얻는 연 수입은 평균 1255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도 65.6%의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만으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익(2013 제주문화예술인 지원 및 창작활동관련 보고서, 이선화)은 100만원 미만이었다.

이 같은 조사들은 현실적으로 수많은 작가들이 직업인으로서 예술인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자리 활동에 한계가 있어 먹고 사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며, 이로 인해 일명 생계를 위한 투잡(Two job) 예술가들이 증가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 의원은 “자신의 예술작품이 인정받고, 누군가에게 기쁨이 될 수 있는 그런 연결이 진정한 문화 복지고 문화향유”라며 “예술인들에게 일자리로 연결 될 수 있는 정책이 창작 공간 마련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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