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원한 ‘을’ 체육지도자

대부분 1년 단위 계약 …무기계약직 전환 사실상 불가능
월급 200만원 안돼 메달 선수 1명에 수억원과 극명 대조
체육지도자들은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이들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와 유치원부터 100세 어르신들에게 생활체육 보급하는 전도사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이들은 무기 계약직 전환이 불가능,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하기 때문에 호봉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들은 재계약을 위한 추천서를 받기 위해 제주도체육회와 각 가맹경기단체 등 2개 기관(단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전형적인 ‘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제주도체육회에 소속된 엘리트체육 지도자들은 모두 30명(18종목). 선수시절까지 경력까지 포함하면 적게는 20년에서 40년 이상 제주체육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온 제주체육의 산 증인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계약직(1년 단위 재계약)이라는 신분적 한계와 저임금(평균 200만원 이하)에 시달리면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이마저도 선수들의 성적(메달)이 좋을 때 얘기로, 메달을 따지 못할 경우 3년 유예기간이 지나면 지도자의 생을 마감해야 한다.이렇게 체육계를 떠난 지도자들 중 상당수는 일용직 노동자가 되거나, 변변치 않은 직장을 얻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트 체육계 한 지도자는 “개인적으론 선수시절부터 지금까진 내 인생 전부를 제주체육을 위해 투자했는데, 현실은 턱없이 낮은 임금(월 190만원)과 불확실한 신분만 남았다”며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그 능력이 선수들에게 이어지는 것이다. 선수와 지도자들이 있어야 협회도 체육회도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생활체육을 담당하는 지도자들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도내 생활체육지도자는 모두 54명(육아휴직포함). 이들 역시 1년 단위 계약직 신분으로 임금은 170만원(유류비 포함)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가끔 오르는 경력 수당(3년·3만원, 5년·5만원, 7년 이상·7만원)을 위안(?)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조직 내에서의 숙련도 연차에 따른 업무량, 업무해결 능력이 다름에도 불구,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지도자도 신입 지도자와 유사한 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10년 차 생활체육 지도자 A씨는 “처음 시작(120만원)할 때 보다 월급(180만원)이 오르긴 했지만, 연차별 인상폭이 적어 1년차 지도자들과의 월급차이는 크지 않다”면서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도체육회에 계약직을 연장해 달라거나 무기 계약직 전환, 월급 인상(호봉제 도입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도와 도체육회 등은 순진한 체육지도자들을 값싼 인건비로 스포츠 복지 사업에 희생량으로 삼아왔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도민사회 일각에선 제주도 체육계가 메달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이들의 불합리한 급여체계와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효율적인 예산 사용을 통한 경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체육계 관계자는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위해 프로나 실업팀은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도체육회가 메달을 위해 일부 ‘A급’ 선수들과의 단기(1년~2년)계약에는 수억원의 혈세를 쓰면서 정작 선수·지도자들의 처우개선은 외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제주체육 발전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 지금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