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작가 서재철(69)씨가 최근 사진집 ‘다랑쉬’를 발간했다.
고향 제주의 오름을 모두 오르고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렌즈에 담겠다고 결심해 온 그는, ‘날마다 솟는 성산’(2006), ‘높은 오름’(2014), ‘내가 만난 따라비’(2015)에 이어 올해 ‘다랑쉬’를 펴냈다.
올 여름 그는 ‘마지막 샹그릴라’로 불리는 해발 6032m의 동티벳 사천성 샹그릴라 ‘야딩’을 다녀왔다. 거대한 산의 비경은 그 자체로서의 감탄일 뿐, 추억과 삶이 깃든 제주의 오름만큼 작가에게 큰 의미를 주지는 못 했다.
필름을 한장 한장 정리할 때마다 오름을 올랐던 날들의 날씨와 기분, 오름을 오르며 보았던 풀이름과 젖은 땀을 식혀주던 바람이 모두 떠오른다.
어느 날엔가는 나무 한 그루 없이 미끈한 오름의 화구능선을 감싸던 햇살의 빛깔에 반해 한동안 넋을 놓기도 했다. 한참 후 사진을 찍으려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화구능선의 햇살이 사라져버린 뒤였다.
그는 작가의 말에서 다랑쉬 오름을 찍어온 지 40년이 넘었다고 썼다. 그가 사진을 찍어온 시간과 얼추 비슷하다. 자식 하나를 낳고 기른 세월인 셈이다.
사진집 ‘다랑쉬’에는 항공사진부터 1980년대와 1990년대, 그리고 현재를 비교한 사진까지 시간과 날씨, 계절을 초원한 다랑쉬 오름의 모든 표정이 담겼다. 1992년 4월 다랑쉬 굴에서 발견된 4·3희생자 유해와 굿 현장 사진도 보인다.
책 도입부에는 다랑쉬 오름의 역사와 자연적 특성 등에 관한 간략 정보를 실었다. 말미에는 오름 길에서 만난 동·식물의 모습을 넣었다.
책은 137쪽 분량이다.
서 작가는 제주신문 사진부장과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지냈다. 현재 자연사랑미술관 관장이다. 저서로 ‘제주해녀’ ‘한라산’ ‘한라산 노루가족’ ‘한라산 야생화’ 등이 있다. 문의=064-787-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