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니 숲을 닮은 두남자의 이야기"
"사려니 숲을 닮은 두남자의 이야기"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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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화 '시소'의 고희영 감독
볼 수 없고 움직일 수 없는 주인공들의 여정
"'시소'는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된 새로운 세상"
▲ 신작 '시소'로 관객을 찾은 고희영 감독이 24일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봄내 여름내 비바람을 견디느라 함께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기울어진 나무들이 숲을 이뤘다. 그 숲에서 시력을 잃은 남자와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남자가 서로의 눈과 몸이 돼 마주 서 있다. 그들은 숲과 하나가 되었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은 제주도 해녀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물숨>의 고희영(50) 감독이 신작 <시소(SEE-SAW)>로 관객들을 다시 찾았다. 제주도 상영에 앞서 24일 오전 제주 시내 한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제주도 사려니 숲이 처음과 끝에 자리한 이 영화는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방송인 이동우(본명 김동우·46)씨와 근육병으로 신체 대부분을 움직이지 못 하는 임재신(46)씨가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두 주인공은 서로의 몸과 눈이 돼 제주도 곳곳을 여행한다.

“동우 씨가 갑자기 시력을 잃고 나서 많이 방황했다고 해요. 그런데 어느 날 재신 씨가 생판 모르는 동우 씨에게 망막을 기증하겠다고 했나 봐요. 그런 재신 씨를 보고 동우 씨가 크게 감동했죠. 그 이후로 서로 친구가 되었어요.” 고 감독은 고통스럽지만 서로 부족한 것을 채워주며 삶을 살아내는 둘을 보며 이번 영화를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뽐내는 제주의 풍경은 영화 속 중요한 모티프다. “재신 씨가 사려니 숲에서 나무들을 보며 이런 말을 해요. ‘나무들이 비바람에 기울어져 있는 건, 함께 살기 위한 몸부림인 것 같아.’ 연약한 나무들이 공생하며 하나의 숲을 이루는 모습이 두 주인공의 삶과 비슷했어요. 제주도 자연 곳곳이 그렇죠.”

고 감독은 40대에 갑작스럽게 찾아온 암으로 절망에 빠졌었다. 하지만 제주도 해녀들이 무덤이 될 수 있는 바다를 의연하게 뛰어드는 걸 보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고, <물숨>이 만들어졌다. 고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에 대해 얘기하며 우리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는 세상이 서로 부족한 걸 채워나가면 그렇게 고통스러운 건 아니라고 우리에게 말을 건다.

“동우 씨가 직접 선택한 영화 제목 ‘시소’는 시력을 잃고 비로소 마음의 눈으로 보게 된 새로운 세상을 뜻해요. 많은 관객들이 영화관에서 두 주인공이 장애를 극복하고 새롭게 살게 된 삶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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