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브루투스’는 누구
박근혜의 ‘브루투스’는 누구
  • 한경훈
  • 승인 2016.11.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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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
시저 암살 가담한 브루투스
대의 위해 개인적 의리 버려

朴 대통령 ‘탄핵 정국’ 급물살
새누리당 의원 참여 가결 관건
民主 역사 발전 위한 선택해야

 

 

“브루투스, 너마저...” 셰익스피어의 희곡 ‘줄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이 작품은 고대 로마 황금기를 만든 정치가 시저(BC 100년~BC 43년) 암살의 역사적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시저가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스스로 황제의 자리에 오를 야심을 보이자 일단의 원로원 의원들이 그를 살해한다. 브루투스는 시저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의 독재를 우려해 암살에 가담한다. 암살자 속에 있는 자신의 양아들 브루투스를 발견한 시저는 “너마저!” 외마디 말을 남기고 죽는다.

배신자 낙인이 찍힌 브루투스는 로마시민에게 이렇게 항변했다. “시저를 죽인 것은 시저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며 “여러분은 시저가 죽음으로써 모두가 자유인으로 살기보다 시저가 살아서 모두가 그의 노예로 죽는 것을 원하십니까”라고. 수백 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대사다. 대의명분이 강하게 느껴지는 웅변이다. 브루투스는 로마 시민의 자유를 위한 ‘공화정’ 수호를 위해 시저와의 개인적 의리를 버렸다. 이런 브루투스를 놓고 일각에서는 독재자를 처단한 영웅으로, 다른 쪽에서는 ‘배신정치’의 원조로 꼽는다. 평가는 양극단으로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에게는 ‘배신 트라우마’가 있다고 알려졌다. 아버지가 측근에 의해 시해되고, 권력을 잃은 후 세태 변화에 많은 아픔을 겪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정치 입문 후 박 대통령은 유독 ‘원칙과 신뢰’를 강조했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고 했다. ‘배신의 정치’란 말도 입에 올렸다. 이를 정치적 무기로 사용했다. 자신의 뜻을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사람은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어 핍박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 사례다. 그는 한 때 ‘배신의 정치’의 상징이 됐다.

그런 박 대통령이 정작 국민을 배신을 했다. 대통령의 의리는 40년 지기(知己) 최순실에게만 작용했다.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최순실에게 줬다. 권력이 사유화돼 전무후무한 국정농단이 자행됐다. 국민의 신뢰는 무참히 깨졌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배신했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중도 퇴진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최근 ‘비선실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비화되고 있다. 검찰은 20일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핵심 피의자 3명을 일괄 기소하면서 박 대통령이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밝혔다.

피의자 신세로 전락한 박 대통령에 대해 정치권이 탄핵 절차에 착수하면서 ‘탄핵 정국’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야당이 각각 당내 탄핵추진 기구를 가동했고, 여당(새누리당) 비주류 의원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려면 200석이 필요하다. 현재 야당과 무소속, 새누리당 탈당 의원까지 합하면 172석이다. 새누리당에서 상당수가 가세해야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 특히 친박계가 “국민이냐” “박 대통령이냐”를 선택할 기로에 섰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향에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누가 브루투스가 되는가” 예의주시할 것이다. 민주주의와 역사 발전을 위해 지금은 박 대통령을 버리는 ‘배신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새누리당 내에서 ‘브루투스’가 많이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11월 1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 말처럼 국회의원은 국민 앞에 진실해야 한다. 그들이 ‘촛불 민심’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대규모 촛불집회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대통령 하야(下野)다. 박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으로서의 정당성과 권위를 잃었다. 박 정권을 탄생시킨 새누리당은 작금의 국정 혼란에 공동 책임이 있다. 개인적 의리를 내세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막는 것은 국민과 역사에 두 번 죄를 짓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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