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가칭)는 출범 당시 ‘문화예술 허브’를 표방했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원도심에 ‘문화’라는 생명을 불어넣겠다고 한 대도민 약속이기도 하다.
그러나 출범한지 2년이 지났으나 제주예술센터는 아직 ‘정식 명칭’마저 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심지어 출범 초기 사업을 추진했던 총감독 등 기획자들이 모두 빠져나가 버렸다.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2015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일환으로 옛 제주대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사업 자체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사업은 그동안 기간이 두 번이나 연장됐다. 또 예산은 타가면서도 집행은 되지 않는 기묘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편성된 7억9000만원은 현재 44% 집행에 머물렀다. 올해 역시 8억원이란 운영비가 편성됐지만 지금까지 단 한 푼의 예산조차 집행되지 않았다. 옛 제주대병원 리모델링을 진두지휘할 사람이 없어 사업이 멈춰버린 것이다. 당초 이 사업은 올해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었다.
이 문제는 도의회에서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선화 의원은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통해 “예산만 받아가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도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데 어떻게 제주도정을 믿고 예산을 승인해 줄 수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같은 난맥상은 제주문화예술재단도 마찬가지다. 이 재단의 경우는 예술센터와 달리 예산을 함부로 사용해 말썽이다. 통상 재단 운영비는 남아 있는 잉여금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재단 측은 이 돈을 예술인회관 건립에 투입하고, 대신 내년도 운영비로 16억원 반영을 요구했다. 일종의 돌려막기식 편법인 셈이다.
이와 함께 제주문화예술재단에 예산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내년도 이 재단에 책정된 예산은 도합 153억원이 넘는다.
차제에 도내 문화예술계 지원 예산들이 허투루 쓰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철저한 점검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