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 능사 아니…비전·공감대 없이 힘들어”
“시작 능사 아니…비전·공감대 없이 힘들어”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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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제주문화사업, 이대로 괜찮나 <1> 제주비엔날레
새로운 화두 제주비엔날레, 도내 예술계는 ‘신중론’
“예술인만의 잔치는 안 돼…멀리 내다보는 안목 필요”

문화의 지평을 열겠다며 취임 초부터 ‘문화 기조’를 내세웠던 원희룡 도정. 원 도정의 핵심 문화 융성 추진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2017년. 제주도는 문화예술 분야 활성화에 전체 예산의 1317억원(2.96%)을 배정했다. 예산 배정만이 아닌 실속 있는 사업 추진 계획도 이뤄지고 있는지 그 과정들을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의 취임과 함께 제주에 새로운 화두로 던져진 ‘제주비엔날레’. 제주의 예술·문화적 가치를 극대화해 ‘문화예술 섬’ 제주를 실현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바람을 안고 내년 추진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하지만 많은 예산이 들어가는 신규 사업인 만큼 실패한 행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시행 전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제주도도 사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첫 개최에 따른 부담과 실패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애초 제주도립미술관이 20억 원으로 올렸던 예산을 절반인 10억 원으로 삭감·편성하면서 신중론에 대한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비엔날레는 격년제 국제 미술 프로젝트를 말한다. 제주비엔날레는 동아시아의 해양문화 중심 도시로서 제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제예술 섬 제주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 10월쯤 열릴 예정이다.

당초 제주비엔날레 추진을 위한 자문회의에서는 도내 5개 권역(제주도립미술관, 제주종합문화예술센터, 제주현대미술관, 이호해수욕장해변,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서 ▲기획전시 ▲공공예술(도시재생, 역사문화) ▲해양예술 ▲학술컨퍼런스 등을 계획했지만, 이번 예산 조정으로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도립미술관 이경은 학예실장은 “5개 권역에서 시행하려던 행사를 3개 권역(예정)으로 축소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외부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틈새가 있다면 시도는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긍정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열린 ‘제주비엔날레 추진 1차 토론회’를 지켜본 도내 예술인들은 곧 개최될 행사의 구상 계획이 설득력을 얻기에 부족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국제적인 전시의 개최를 위해서는 충분한 기획 기간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는데, 행사를 여는 데만 초점이 맞춰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石홍 미술연구소 하석홍 작가는 “행사에 대해 긍정적이지만, 타 지역에서 열리고 있는 비엔날레와의 차별성, 전문성 없이는 안된다”며 “예술인들만의 잔치로 한정시키기보다 미술을 사랑하는 지역 주민, 동호회 등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복합 문화 행사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예술인들은 “도민들에게 ‘비엔날레’는 여전히 낯선 존재”라며 “도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행사를 치르면 예술인들의 이력을 채워 줄 10억짜리 ‘스몰(small) 잔치’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제주비엔날레가 2018년 부활하는 제주 섬문화축제와 연이어 개최될 예정인 만큼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고서는 도정의 정치적 산물로 이용됐다는 평을 받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안양공공예술기획단 송경호 단장은 “제주에서 열린다는 비엔날레 소식은 예술인들에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시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제주만의 비엔날레 비전이 없다면 좀 더 시간을 두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비엔날레는 낯설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라며 “없던 포맷을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협업과 협의를 통해 적지 않은 10억의 예산으로 잘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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