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계에서 ‘시간은 생명’
골든타임 내 적절한 치료가 관건
늦으면 살 사람도 사망
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 선정
지역 의료환경 업그레이드 계기
응급 네트워크 구축 등은 과제
우리 삶에 있어 시간은 너무나 소중하다. 하루 하루가 흘러 한 달, 1년이 되고, 그 시간들이 모여 우리네 인생이 된다. 그리고 미국 ‘건국의 아버지’의 한사람인 벤저민 프랭클린은 “시간은 돈이다(Time is money.)”고 말했다.
그런데 의료계에선 ‘시간은 생명이다’ 적절한 시간 내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리기 때문이다. 그게 곧 ‘골든타임(golden time)’이다. 대형사고로 생사를 오가는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시간을 의미한다.
골든타임 내에 치료하려면 사고 직후, 병원을 전전하지 않고, 곧바로 치료 가능한 병원으로 직행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전북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어린이가 대형병원들의 전원 거부로 골든타임을 넘겨 결국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제주한라병원이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권역외상센터로 최종 선정됐다. 권역외상센터란 365일 24시간 중증외상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즉시 골든타임 안에 응급수술 및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외상전용 치료센터를 말한다.
제주한라병원은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된 권역외상센터 공모에 6번의 도전 끝에 마침내 이뤄냈다. 제주한라병원뿐만 아니라 제주에 권역외상센터 유치를 갈망하는 도민 여러분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이번 제주지역에 권역외상센터 유치는 나름대로 큰 의미를 갖는다. 최근 제주지역은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증가 등으로 교통난이 가중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제주지역은 교통사고 발생률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지난 2013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는 767.9건으로 전국 평균 428.8건을 훨씬 웃돌며 ‘불명예스러운’ 1위를 기록했다. 교통사고 다발로 인한 부상자 발생은 1145명이며, 이 가운데 중증외상환자는 864.1명으로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점에서 권역외상센터의 필요성이 진작부터 제기돼 왔다. 게다가 외상진료체계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중증외상 환자 치료에 적절치 않은 병원으로 이송하는 후송체계의 왜곡이 빈번하게 발생해 진료를 어렵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외상환자의 예방 가능한 사망률은 2010년 통계에 의하면 35.2%로 여러 선진국의 20% 미만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미 선진국은 20여 년 전부터 외상전문 진료체계를 도입, 외상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체계화된 중증 외상환자 전문치료시설이 없는데다 치료 체계 및 외상 전문의사도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상환자의 예방가능 사망률을 2020년까지 20% 미만으로 낮춘다는 방침 아래 응급의료기금을 중증외상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2년부터 5개년에 걸쳐 해마다 1~4개씩, 올해 제주한라병원까지 전국에 16개 병원을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했다.
그런데 제주지역은 권역외상센터 유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공모이후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로 선정에서 배제됐었다. 이는 제주의 의료환경이 자꾸만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이어서 도민들의 입장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제주를 아우르는 권역외상센터를 유치, 지역 의료 환경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맞게 돼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제주한라병원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면서 2019년 초까지 시설 및 장비·인력 등을 체계적으로 갖춰 중증 외상환자에게 중요한 ‘골든타임 1시간’을 지켜내고 기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함께 국내 최고의 권역외상센터로 만들어간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한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지켜내기 위해선 지역 내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 및 병원 간 이송체계 개선은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다.
권역응급의료센터와 권역외상센터는 응급의료의 양날개와 같다. 앞으로 제주한라병원은 2개의 센터를 기반으로 지역 내 타 의료기관 및 관계기관과의 협력체계도 마련하는 등 응급의료 네트워크를 구축, 급성기질환의 치료종결기관으로서 역할과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