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 통합 ‘탁상행정’
본연 기능 상실 우려···도내 센터 확대도 필요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을 두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가족 지원 서비스의 효율화를 위해 담당 기관인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의 통합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
가족의 유형별로 이원화돼 있는 가족 지원 서비스를 유형에 관계없이 한 곳에서 보편적이고 포괄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게 사업의 기본 취지다.
여성가족부는 2014년부터 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 통합 서비스에 대한 현장 의견을 수렴한 후 일부 지역에서 사업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다문화가족·건강가정지원센터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 기관은 2014년 9곳, 지난해 22곳, 올해 78곳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문화 정책이 사실상 정부 주도로 결정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구 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통합되면 본연의 기능을 상실할 우려가 크다”며 “각각의 센터를 별도로 두고 운영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센터장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다문화가족에게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며 “통합 시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 센터장은 “다문화가족이 한국에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들이 정책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자와 현장 목소리 간 괴리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문화가족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기존 내국인들과 융합할 수 있게 하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정책을 결정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은 지난 9월 20일 제주특별자치도 주최, 본지 주관으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제주 다문화 자녀 도민 인식 전환 및 자녀 문제 해결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도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김용범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장은 “장기적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건강가정지원센터가 통합된다고 봤을 때 다문화가족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도내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2006년 결혼이민자 지원을 위해 시군구 단위로 설립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다문화 정책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현행 다문화가족지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도내에는 제주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서귀포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시내에 위치해 있어 일부 지역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이 접근성 등의 문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다문화가족이 많이 사는 제주 서부지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기준 도내 거주 외국인은 제주시 1만3622명, 서귀포시 6281명 등 모두 1만9903명으로, 지역별로는 한림읍이 3052명으로 가장 많았다. 애월읍과 구좌읍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각각 911명, 563명이었다.
도내 한 다문화가족 기관 관계자는 “다문화가족이 많이 거주하는 서부지역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없는 게 말이 되느냐”며 “센터는 지리적 접근성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며 서부지역에 센터 설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이 센터장도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각 시군구에 설립하도록 돼 있어 한림이나 구좌 등은 센터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센터 확대가 어렵다면 거점 역할을 할 수 있는 분소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