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관상어 중에 ‘코이’라는 잉어가 있다. 이 잉어는 작은 어항에 넣어 기르면 5∼8cm 정도 밖에 자라지 않지만, 연못에서는15∼25cm까지 성장한다. 그런데 강물에 방류하게 되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는 것이다.
코이는 자신이 처한 환경에 따라 스스로 목표를 정한다. 어항이나 수족관처럼 막힌 벽이 없는 공간에서는 마음껏 제 몸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코이의 법칙’이라고 한다.
현재의 제주는 코이와 무척 닮아있다. 여태껏 제주는 대한민국 1%로라는 한계 속에 갇혀 있었다. 중앙정부가 쏟아내는 정책 속에서도 제주는 멀리 떨어진 섬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세계 속의 제주로 키워나가고자 하는 도정의 움직임은 끊임없이 지속돼 왔다.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핫’한 곳으로 변했다.
그러나 급속한 성장은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교통, 자동차, 쓰레기 등 제주도민의 삶의 영향을 주는 환경이 악조건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교통문화지수 조사 결과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인구 급증에 따라 세대당 자동차 등록대수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쓰레기 발생량은 연평균 9.1%로, 쓰레기 발생률 역시 전국 상위권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도는 차량 총량제, 일방통행, 신호체계 정비, 우회도로 개설 등 교통혁신 계획을 검토 추진 중에 있다. 또 환경 총량제, 음식물 쓰레기 감량, 환경 기여금 제도 등 다양한 환경정책도 검토 추진 중에 있다.
도민의 삶의 만족을 결정짓는 생활환경과 연계된 많은 정책들이 검토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1%’라는 환경 속에서 제주를 가둬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굴레를 벗어나 있는 지금에 우리 자신이 굴레를 씌우고 있지 않나 싶다. 결국 교통, 자동차, 쓰레기 등 문제는 도민이 어떻게 생각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제주를 제약하는 요건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책의 성공에는 추진의지와 더불어 실천의지가 결합돼야 한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원칙으로 돌아가 생각하고 실천함으로서 굴레라고 생각했던 장막을 걷어내고 큰 강물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코이’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