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어!” 모두가 가슴 졸인 하루
“수고했어!” 모두가 가슴 졸인 하루
  • 문정임, 김동은,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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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모저모]

17일 도내 14개 고사장에서는 ‘입시한파’없이 비교적 따뜻한 가을 날씨 속에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졌다. 응원 문화가 지양되고 시험시기가 12월에서 11월로 당겨지면서 예전의 경쾌하고 북적이는 대입 풍경은 사라졌지만 자녀를 고사장에 들여보내는 엄마와 스승의 눈빛은 여전히 촉촉하고,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 서렸다.
 

▲고사장 아침 풍경
17일 제주지역 최저기온은 12℃로 구름이 살짝 낀 가운데 평년 기온을 약간 웃도는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

이날 아침, 제주지구 제1시험장인 남녕고등학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수험생 맞이가 시작됐다.

모범운전자회와 경찰관 30명이 출입구 주변 교통을 통제하며 이른 새벽부터 학교 앞을 지켰고, 어머니회 임원들은 천막아래서 찻물을 끓이며 건조한 진입로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올해 수능에서는 간이 담요를 나눠주는 대한적십자사 회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흰머리가 지긋한 대학적십자사의 한 회원은 “날씨가 따뜻하다고 해도 썰렁한 교실에 앉아있는 아이들은 추울 것 같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지원을 받아 준비했다”며 “방석이나 무릎덮개로 오늘 하루 아이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담장 주변에는 아이를 고사장에 들여보낸 일부 엄마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돌아서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화장기 없는 얼굴로 학교 안을 바라보던 한 학부모는 “아들의 뒷모습이 왠지 짠하다”며 길게 말을 잇지 못 했다.

같은 시각 서귀포지구 제1시험장인 서귀포고등학교에서는 학생회 임원들이 학교의 전통구호인 ‘싸바리 구호’를 목이 터지라 외치며 응원 분위기를 달궜다. 

이들의 우렁찬 목소리와 흥겨운 몸짓은 차 봉사를 나온 서귀포시자원봉사센터와 동홍동청소년지도협의회 관계자들에게도 큰 웃음을 선사했다.

선배들의 수능 고득점을 기원하며 초콜릿을 나눠주던 대정고 나태윤 학생회장은 “선배들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고사장에도 최순실이 안긴 절망이
제주지구 제2시험장인 제주제일고에서는 최순실씨 등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들이 저지른 국정농단이 국민들에게 남긴 박탈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이가 들어간 후에도 교실 쪽을 바라보며 한동안 발길을 떼지 못 하던 학부모 고모씨(50)는 심정을 묻는 기자에게 “정유라 부정 입학 사건이 열심히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큰 좌절감을 안겨줬다”며 “푸념하는 아이에게 신경 쓰지 말라고는 했지만 화가 나는 게 사실”이라고 문득 심중에 있던 말을 내뱉었다.

이날 선배들을 응원 나온 한 학생도 “이번 사태로 학교에는 열심히 노력해도 집안 줄을 잘 타고 나는 아이를 이길 수 없다는 박탈감이 깔렸다”며 “그럼에도 우리 선배들은 이번 시험을 정정당당하게 치러서 대한민국에 정의를 이어가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올해도 발 동동 수험생들
올해 수능시험에서도 아슬아슬한 순간이 연출됐다. 시험장을 착각하거나 늦잠을 잔 학생들이 있었던 것. 이번에도 경찰과 자치경찰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입실 마감 30여분을 앞두고 제주고 시험장을 제주제일고로 착각한 배모(18)군이 경찰에 긴급 이송을 요청했다.

입실 마감 20여분 전에는 서귀포 1호 광장에서 제주시에 거주하는 이모(18)군이 시험장인 서귀포고등학교의 위치를 몰라 헤매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 학교까지 수송했다.

늦잠을 잔 학생들도 있었다. 입실 마감 시간인 오전 8시10분께 서귀포 중앙로에서 한 수험생이 “늦잠을 잤다”며 경찰에 긴급 수송을 요청해왔고, 자치경찰에서도 제 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하지 못 할 것 같아 당황하는 함덕고 학생 1명을 시험장인 중앙여고에 입실 마감 1분 전에 데려다주기도 했다.

이날 하루 제주경찰과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수험생 26명을 수송하고 고사장 주변에서 교통 관리를 맡는 등 수험생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취재=문정임, 김동은, 고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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