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돌림·방치’ 소외되기 일쑤
‘따돌림·방치’ 소외되기 일쑤
  • 고상현 기자
  • 승인 2016.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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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 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
<3> 다문화 가정 학생들
▲ 본사 주관으로 지난 9월 24일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다문화가족 자녀 정체성 확립을 위한 청소년 글로벌 리더 과정의 일환인 ‘대사와 함께하는 토크콘서트’가 끝난 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제주도 내 다문화 가정 학생은 2012년 532명, 2013년 658명, 2014년 857명, 지난해 1125명, 올해 1393명 등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초등학생이 2012년 349명, 2013년 431명, 2014년 555명, 지난해 757명, 올해 968명으로 눈에 띄게 늘었다. 제주 지역 사회의 ‘외부인’이 아니라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국적인 외모와 미숙한 한국어 실력 등으로 학교 안에서 ‘이방인’으로 맴돌고 있다.

 

■ 사회적 편견

지난 4일 오후 제주시 이도2동에 있는 제주다문화가정센터.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양지윤(12․가명)군이 중국인 엄마인 장리사(36․가명)씨와 함께 상담을 받으러 왔다. 최근 지윤군이 학교에 가기 싫다며 떼를 쓰는 바람에 며칠째 학교에 가지 못 했다. 한국말이 서툰 장씨가 그 이유를 알지 못 해 답답한 마음에 센터를 찾은 것이다. 장씨는 상담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알았다. 양군이 몇 개월 동안 엄마가 중국인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짱깨’라고 놀림당하기도 했다.

지윤군처럼 다문화가정 학생이라는 이유로 학교 안에서 따돌림을 당해 센터를 찾는 가정이 한 달 평균 4건이다. 센터에서는 보통 아이들이 따돌림을 당한 사실을 잘 털어놓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명찬 제주다문화가정센터장은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따돌림 문제에 대해 “외국인을 깔보고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에 제주 시내 한 어린이집에서 5살 아이들이 중국인 엄마를 둔 다문화가정 아이에게 ‘짱깨’ ‘짱꼴라’라고 놀리는 걸 봤다”며 “어른들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아이들에게 그대로 전달돼 따돌림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열악한 가정환경

제주발전연구원에서 내놓은 ‘제주지역 다문화가족 자녀 지원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응답자 150명) 중 82%(123가구)가 가구 소득이 300만원 미만이다. 이들 중 대부분(85%)이 비정규직․계약직, 아르바이트 등 불안정한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다 보니 학원에 보낼 여유가 없거나 일하느라 부모가 집을 자주 비워 다문화가족 자녀들이 혼자 방치되는 시간이 많다.

실제로 베트남 엄마를 둔 김지은(8․가명)양은 아빠가 오후 11시까지 버스 운전을 하고, 엄마가 공장에서 9시까지 일해 학교를 마치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혼자 보내고 있다. 학교 수업 등을 옆에서 봐줄 사람이 없어 또래 아이들보다 한국어 능력이 한참이나 떨어진다. 제주 시내 한 초등학교 교사는 “어린아이일수록 부모가 옆에서 많이 지도해야 하지만,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보면 가정 형편상 대부분 그러지 못 하고 있다”고 했다. 부모의 관심 부족으로 주의력 장애나 몸을 과하게 움직이는 다동증 등에 걸린 다문화가정 학생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 센터장은 “다문화가정은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분이 됐다”라며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교육적으로 소외당하거나 편견 등으로 차별받지 않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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