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한국인 불구 여전한 사회적 편견
엄연한 한국인 불구 여전한 사회적 편견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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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시대- 다양성이 존중되는 제주 만들기 프로젝트
<1> 결혼이주여성

전국 11만 8281명 중 도내 1816명…경제활동·자녀교육 등 ‘큰 짐’
체계적 교육·지원책 등 필요…인식 변화·다문화 의미 재정립 노력도

제주의 다문화 사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결혼이 일반화되면서 다문화가족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해 결혼이민자 증가율이 전국은 마이너스(0.2%)를 보인 반면 제주는 8.2%를 기록했다. 제주지역 다문화사회 진전 이면에는 문화와 외모의 다름으로 인한 차별 등 사회적 갈등도 나타나고 있다. ‘더 큰 제주’ 실현을 위해선 다문화가정이 건전한 우리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작업이 절실하다. 이에 본지는 6회 걸쳐 다문화가정과 관련한 제반 문제를 짚고 효과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제주지역 다문화 가정(이하 이주민 가정)이 지난 2008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총 1만 2888명(3939가구, 결혼이민자·혼인귀화자·중도입국자녀·출생자 포함)에 이르고 있다. 우리 사회가 점차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이들을 위한 정책이 빠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이주민 가정들이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결혼 이민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경제 활동, 자녀 교육, 사회적 편견이라는 '벽'은 아직도 높고 깨뜨리기 힘든 존재였다.

▲ 본사 주관으로 지난 9월 25일 열린 다문화가족 자녀 관광지 탐방 및 전통놀이 체험 행사에서 결혼이주여성들과 그 자녀들이 한데 어울려 전통놀이를 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지난 9월 7일 기준)에 따르면 국내 총 결혼이민자 14만 3206명 중 11만 8281명(혼인귀화자 제외)이 여성으로 82%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제주의 경우도 결혼이민자 총 2112명 중 여성이 1816명이나 된다.

최근 들어 이 부부들의 나이차는 좁혀 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로 인해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가 많은 한국인 남편들은 경제 활동 범위에서 제외되고, 그 짐은 고스란히 결혼 이주여성에게 전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 수준은 열악했다. 2012년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보면 결혼이주여성의 고용률은 증가추세이지만 일자리의 질적 수준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노무가 29.9%로 가장 높고 23.9%는 서비스 분야 종사자였으며, 관리자는 0.1%에 불과했다.

3년 전 네팔 여성과 혼인한 현성보(44)씨도 “다문화센터에서 직업 교육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단기간 취미 수준에 그쳐 아쉬움이 크다”며 “개개인의 가정과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관련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결혼 후 한국에 와 겪게 되는 문제들은 여성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로 작용하기도 했다.

제주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김정우 센터장은 “결혼 초기 낯선 한국문화에 스트레스를 받아 태교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장애아를 낳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라며 “언어에 서툰 이주여성들이 임신 초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태교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부턴가 ‘다문화’의 의미는 여러 문화가 섞여 살아가는 문화 다양성이 아닌 아시아계 결혼이민자 가족을 통칭 하는 말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최근 출간된 ‘한국 다문화주의 비판’이라는 책에서 이화숙 대구가톨릭대 글쓰기말하기센터 교수는 “이 같은 명칭들은 이들 집단을 사회적 약자로 부각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가치 중립적인 명칭으로 바꿔 부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현재 제주시다문화센터에서 상담 업무를 맡고 있는 수부하드라(36·7년 차 네팔 혼인귀화자)씨는 “실제로 다문화센터의 상담 내용들은 대부분 언어 문제와 다른 문화 차이에서 발생하는 오해에서 시작된다”며 “그 나라의 문화를 먼저 알고 외국 사람과 결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문화’라는 의미를 재정립 할 필요가 있다”며 “다문화 가족에 대한 처우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한국 사람과 외국 사람이 결혼한 것을 다문화라고 생각하는 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다문화 가족의 피해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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