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 제주’ 오지처럼 특수배송 취급
연간 700억원 추가 부담 추정
비용 계산 근거 없이 들쭉날쭉 요구
정부 나서 비용 체계화 필요
자치단체 등 지역도 관심 가져야
차제에 물류비 지원정책도
어느덧 ‘소포’라는 단어가 사라져버렸다. 그 자리를 ‘택배’가 차지한 것이다. 택배를 많이 이용하게 된 것은 전자상거래가 급격한 성장을 시작한 2000년대 이후다.
TV홈쇼핑이 다채널에서 방송되고, 인터넷과 모바일 쇼핑까지 보편화되어 택배 이용은 일상이 됐다.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으로 사고 싶었던 물건을 주문할 때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은 일반 쇼핑과 다르지 않다. 또한, 보통 1~2일 내에 집 앞까지 배송이 완료되는 우리나라처럼 택배서비스가 발달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지난해 12월 ‘제주지역 소비생활 실태 및 의식’ 등을 주제로 한국소비자원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 토론을 한 바 있다. 제주도민의 소비자 역량 강화와 더불어 소비생활 불편 해소의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 필자의 토론요지는 화물운송서비스, 즉 택배와 관련된 것이었다. 신속한 배송서비스 같은 일반적 내용이 아니라 제주도민들은 다른 지역 소비자와는 다르게 합리적 근거도 없이 많은 택배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문제 제기였다.
제주도민이기에 추가 부담하는 특수배송비에 대해 상당수 도민들도 분명 의구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인터넷 쇼핑 과정에서 ‘도서·산간 추가비용’ 때문에 주문을 포기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도서지역과 오지산간에는 물류업체들이 특수배송지라는 이유로 적게는 500원, 많게는 4000원까지, 우도, 추자도와 같은 ‘섬 속의 섬’에서는 갑절 많은 9000원까지 추가요금을 부과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가 뭐냐는 것이다.
2015년 기준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업체는 17개사이며, 이중 기업택배 5개사를 빼고 나머지는 일반택배를 취급한다. 또한 2015년도 국내 택배시장 매출액은 4조3438억원으로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 택배 물량은 총 18억1600만여개(상자)로 전년 대비 11.9% 증가하면서 실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 67.9회 택배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렇다면 제주도민이 부담하는 특수배송비는 어느 정도인가? 제주도민이 주문한 택배물량을 ‘전국의 1%를 법칙’을 적용, 연간 1816만 상자로 가정할 때, 상자 당 4000원을 곱하면, 연간 726억4000만원의 특수배송비를 부담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물건 속에 포함되는 물류단가 2308원(2016년 상반기 평균)까지 합하면, 제주도민이 부담하는 택배물류비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택배물류비 문제만 갖고도 소비자단체는 물론 지자체·대학교 등 제주지역 소비자 보호 유관기관이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면밀히 검토해 볼만한 사안이라 하겠다. 도서지역 택배에 붙는 상자당 4000원의 특수배송비가 실제 해상운송비를 훨씬 초과하고 있기에 그러하다.
정부는 2016년도 국가물류시행계획을 토대로 택배산업 육성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택배증차, 택배업 신설과 택배 프로세스 전반의 서비스를 개선하여 소비자 만족도를 제고하는 ‘국민행복’ 택배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금처럼 택배업체가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특수배송비에 대한 지도감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론 도서지역이나 산간벽지에 택배물건 배송시 추가비용이 소요됨으로써 이를 이용자가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일지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나서 특수배송지역을 지정, 들쭉날쭉한 추가비용을 체계화시키는 등 정책적인 규정에 근거한 특수배송비제도가 시행돼야 한다고 본다.
도서지역에 추가 소요되는 해상물류비·항공물류비를 정확히 산정, 그 만큼만 특수배송비를 부과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바로 잡아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도민과 지자체도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도서·산간지역은 물류소외지역인데 비용을 초과하는 추가배송비 부담은 역차별이다. 차제에 난시청지역 편의를 위해 TV안테나를 설치해주는 것처럼 특수배송지 지원정책을 통해 ‘행복택배’를 실현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