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미술품, 道에 짐 떠맡기는 위탁”
“기증미술품, 道에 짐 떠맡기는 위탁”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6.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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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증 미술관 방향성 토론회
이명복 “유명 작가 작품 세금으로 관리해 주는 셈”
양은희 교수 “미술관 건립 신중…국고지원 제한”

제주특별자치도립 김창열미술관 건립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기증 미술품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점차 구체화 되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달 27일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 행정사무감사를 통해서도 지적(본보 10월 28일 12면) 된 기증미술관 건립 기준과 미술품 기증 결정 기준은 ‘유명세’에 따라 언제든지 작가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는 ‘불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사단법인 제주문화포럼 주최로 ‘작품기증미술관의 건립 기준과 방향성’을 논하는 첫 토론회가 10일 열리면서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먼저 이명복 갤러리노리 큐레이터는 “소위 유명작가의 기증 작품들은 진정한 의미의 기증인지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제주도에 짐을 떠맡기는 위탁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 된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기증의 이면성’을 들며 “해외에서는 작품기증과 동시에 이면적 협상이 미술관 측과 이뤄지곤 한다”며 “기증자는 작품들을 유지·관리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작품을 함께 기증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제주 포함) 대규모 작품들을 진열·보존하고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경비를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 하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양은희 건국대학교 글로컬문화전략연구소 연구교수도 한국과 외국의 미술품 기증 차이에 주목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건립기준이 없어 자치단체장 및 자체 판단으로 미술관 건립을 허용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이나 영국 등은 각 지자체마다 기증에 대한 법률이 있으며, 심의를 거쳐 판단해 기증을 수용한다. 특히 한국처럼 공립 미술관을 지어준 사례는 드물다고도 했다.

양 교수는 “미술품 기증만으로 우후죽순 공립 미술관을 설립하는 것은 향후 막대한 재정 적자로 돌아와 후대에 무거운 짐으로 올 수 있다”며 “1인 작가를 보여 주는 공립 미술관은 콘텐츠의 한계 가능성이 있으므로 더욱 신중하게 미술관을 건립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상설전시 요구 등 독소조항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기증에 관한 투명한 심의 및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증 작품 수용에 대한 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하고, 미술관 설립에 대한 적절한 의견 수렴이 없는 경우 국고 지원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도 이날 전화 통화에서 “고위 지도층의 일방적인 판단만으로 기증 전시관 설립이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기증 받는다는 것은 영원히 간다는 약속인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사례를 만들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제주도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에 따라 전문성을 보완하고 미술품 심의를 맡도록 하는 심의위원회 구성 등 법체계 맞게 조례 개정을 내년 상반기 중 추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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