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한 희망
아슬아슬한 희망
  • 홍성직
  • 승인 2016.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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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하지만 잘 낫지 않는 피하낭종
근본치료는 세포막 제거 수술
2016년 대한민국 상황과 비슷

국정농단·헌정유린 너무나 심각
발본색원 위한 국정조사 필요
‘게이트’ 파헤치고 사법처리 해야

근 30년 외과의사로 환자를 만났다. 그사이 시쳇말로 ‘짬밥’이 좀 쌓였나 싶다. 이제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환자의 안색과 자세만 보아도 어디가 어느 정도 아픈 것 같다는 감이 온다.

병중에는 아주 흔하고 간단한 병이면서 원인 치료가 되지 않으면 잘 낫지 않고 애를 먹이는 질환이 있다. 그 중 하나가 피지낭종이다. 이는 피부 상피세포가 진피의 피하지방 조직 내에 피지를 담고 있는 주머니를 만들고 여기에 균이 침투, 일종의 농양을 형성하며 통증과 함께 빠르게 커지는 일종의 양성종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종양 중심에 조그만 구멍이 있어 저절로 터져 나오거나 짜게 되면 낭종이 작아지면서 낫는 것 같아 가끔은 의사들도 단순 농양으로 착각, 짜주거나 배농하는 방법으로 치료 하는 수가 있다. 이런 경우 반드시 재발한다. 근본 치료는 낭종을 싸고 있는 진피세포막을 완전히 제거해 주는 수술뿐이다.

조선시대 왕 중 한 분이 등에 생긴 종창으로 사망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짐작이겠지만 단순한 피지낭종이 농양으로 발전해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고 악화되다 균이 전신으로 퍼지면서 폐혈증에 빠져 생사를 달리한 것 같다.

몸에 생기는 병처럼 나라에 생기는 병도 매 한 가지다. 발생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내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병이 깊어지고 퍼져 나가, 나중에 치료가 된다 해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마련이다.

어쩌면 작금의 대한민국 국정농단과 헌정유린도 처음은 조그만 종기처럼 한 개인의 비리 내지는 잘못된 작은 생각에서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사망 직전에 이른 환자처럼 보인다.

말도 안 되는 개인과 불법 조직, 그리고 이들과 야합한 정권이 정부 예산·공공 프로젝트·기업과 재단을 막론하고 국가의 모든 부문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사익을 위해 국가 핵심 정보를 빼내고 예산을 ‘삥땅’쳤다. 그들은 교육·문화·체육계·재계·기업·관료·청와대를 헤집고 다니면서 나라의 온갖 영역들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공공윤리·국가기밀·국가문서, 그리고 보안·인사 등 국가의 체계와 규정을 무너뜨렸다.

합법적인 정부 조직이 오히려 불법 사조직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지시와 감시를 받았다. 때로는 그들의 부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입바른 소리를 하면 검찰총장·장관·청와대 비서관 등 ‘고하를 막론하고’ 자리에서 쫓아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걱정되는 것은 밝혀진 내용들만 보아도 이 사회 곳곳 정치·경제·종교·교육·공직사회·언론·검찰·재벌·국정원·국회를 막론하고 이들의 손을 닿지 않은 곳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가장 앞장 서 불법을 지적하고 문제를 고쳐 나가야 할 검찰이나 언론조차도 오히려 이들의 불의를 덮으려 했고 옹호했다. 이들과 야합하여 나라를 막장으로 이끄는데 지대한 기여를 한 셈이다.

이 사건을 몇몇 개인의 농간으로 치부하며 문제를 덮으려 애쓰고, 꼬리 자르기와 서너 명을 조사하고 구속시켜 안전하게 교도소로 모신다고 중환이 치유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농을 짜내고 약을 써서 치료될 단계를 이미 지나 환부를 통째 들어내는 근본적인 수술이 아니면 회생조차 불가능해 보인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된 원인을 뿌리까지 발본색원 하려면 한시 바삐 국민이 신임하는 특별검사 임명과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철저하게 파헤치고 그에 따른 엄정한 법적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정신없는 정권이 왜곡시킨 세월호 사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해 개성공단 폐쇄·사드 배치·대북 외교 등 국가의 중요 정책들이 다시 검토돼 바로 잡혀 나가야 할 것이다.

애시 당초 그녀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2항을 이해도 인정도 못하는 사람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전 국민이 ‘하야’를 외치고 있는 지금 무얼 믿고 대통령 자리에 버티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물러난다고 대한민국이 단박에 온전한 민주공화국이 되기에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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