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4일 두 번째로 국민 앞에 섰다. 10월 25일 첫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열흘 만에 재차 국민의 용서를 구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68년 대한민국 헌정(憲政)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적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2월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과 관련해 3시간 동안 정호영 특별검사팀의 방문 조사를 받은 적이 있지만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다.
고(故) 최규하 전 대통령도 1979년 10·26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조사를 받았으나,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弑害) 당일 행적에 대한 참고인 조사였다.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불소추 특권)에 따라 현직 대통령은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해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검찰 수사 수용 입장을 공식 표명함으로써 헌정사상 어두운 페이지의 주인공이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박 대통령은 “저의 큰 책임을 가슴 깊이 통감(痛感)하고 있다”며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거듭된 사과에도 불구하고 야권과 국민들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다. 독단 및 오기, 그리고 소통(疏通) 부재 등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지만 개인적인 불행이자, 국민들의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