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2차 주말 촛불집회가 제주 시내에서 대규모로 열렸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다양한 계층과 연령대의 시민들이 한데 모여 박 정권을 규탄했다.
제주 지역 25개 시민단체와 정당으로 구성된 민중총궐기 제주위원회는 5일 오후 7시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박근혜 하야 촉구! 2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서는 지난 주말 열린 1차 집회 때(주최 측 추산 400여명)보다 5배가량 많은 주최 측 추산 2000여명(경찰 측 추산 700여명)의 인파가 몰려들면서 그 열기가 뜨거웠다.
시민들은 촛불과 함께 ‘박근혜는 하야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과 교복을 입은 학생,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눈에 띄었다.
초등학생 아들 하나, 딸 둘과 손잡고 거리로 나온 김경선(42‧여)씨는 “민주주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오는 것인데 이를 몇몇이 휘두르면서 망쳐버렸다”며 “아이들과 함께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동네 친구와 함께 온 염모(65‧여)씨는 “박 대통령이 잘하길 바랐지만, 실정을 거듭하다 그 배후에 국정농단이 있었다는 게 드러났다”며 “국민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대안학교인 볍씨학교에 다니는 13명의 고등학생이 이번 사태를 풍자한 ‘공주전’을 선보이면서 시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공주전은 한 학생이 SNS 연세대학교 익명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화제가 된 풍자소설이다.
이번 공연을 일주일간 준비한 최해찬(17)군은 “국민이 뽑은 권력이 아닌 형편없는 일반인에 의해 국정농단이 이뤄진 게 너무 실망스러웠다”며 “이번 사태를 딱딱하게 말고 재미있게 표현하고 싶어서 공연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능을 앞둔 고3 여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현 정권을 비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오나은(19)양은 자유발언에서 “박 정권의 계속되는 실정 앞에 더 이상 펜만 들 수 없어서 거리로 나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하라”고 했다.
이번 집회를 준비한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대표는 “촛불 1500개를 준비했지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들고 가 금세 동이 났다”며 “현 정권에 대한 분노한 민심이 전 계층으로 퍼진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