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참 이상해졌어요. 이 약 때문인지 자꾸 여자 생각이 나요. 어쩌면 좋아요” 탈모 예방약을 먹던 아들의 말이었다. 혹시 부작용인가 싶어 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의사가 껄껄 웃으며 “이놈아! 네 나이엔 여자 생각이 평소에도 날 수 있는 거야. 하긴 호르몬 성분이 들어 있어 약간 그런 증상도 있을 수 있지만 크게 걱정 할 것 없다”고 했다.
친구에게서 “대머리가 유전”이라는 말을 듣고는 사춘기 때부터 아들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거울을 들여다 보는 시간이 많아졌고 탈모 예방에 좋다는 병원 특진에 탈모클리닉까지 탈모와의 전쟁이 시작됐다. 어느새 방 안 전체가 발모 제품으로 가득했다. 돈도 돈이지만 한창 공부해야 할 나이에 거울만 들여다보며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에 신경 쓰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정성에도 불구, 특별히 나아지는 기미도 없어 크게 실망하기에 아들을 설득했다. “너의 머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오히려 탈모를 유발시키고 있는지도 몰라. 좋다는 방법 다 써 봤잖아. 특진도 받고 약도 먹어보고 제품도 발라 봤지만 효과가 없네. 그리고 의사 선생님도 머리카락이 거의 없잖아. 자기 탈모도 못 고치는 의사 말을 듣고 약을 계속 먹어야겠니? 탈모클리닉 원장님도 머리숱이 없었다. 그 분들도 결국 효과를 못 본거야. 그러니 이젠 그만하고 공부에 전념하렴.”
무엇보다 의사 선생님과 탈모 클리닉 원장님의 머리카락이 거의 없었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탈모와의 전쟁은 중단됐다. 아들은 남들보다는 머리숱이 많은 편인데 최근 들어 유난히 많이 빠지는 것을 보면서 아빠의 현재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는 듯 했다.
결혼 당시 남편은 머리숱이 아주 많아 보였다. 그런데 신혼 여행지에서 샤워를 하고 나온 것을 보니 아뿔싸 가운데는 텅 비고 양쪽에만 있는 일명 ‘속알머리 없는’ 사람이었다. 아! 난 대머리는 싫었는데. 그동안 머리에 까만 스틱을 바르고 양쪽 머리를 끌어다 널고 스프레이를 뿌렸으니 어찌 알았겠는가?
키는 무려 10㎝의 키높이 구두로 완성 된 것이다. “완전 속았어!” 내 입에서 탄식이 흘러 나왔다. 남편도 콘택트렌즈를 빼고 빙빙 도는 안경을 쓴 나를 보며 “너, 그동안 렌즈 꼈던 거야? 빙빙 도는 안경 쓴 여자 딱 싫었는데”라며 “속았네”를 연발했다.
서로 속았다며 시작했던 결혼. 살다보니 대머리가 무엇이 중요하며 시력이 나쁜 것이 무슨 대수더냐. 나를 닮아 안경을 써야 하는 아들, 아빠를 닮아 탈모를 고민 하는 아들에겐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여기저기 간절한 고객의 마음을 이용해서 과대광고를 하는 것에 가끔 화가 난다. 암에 효과가 있다고 엉뚱한 제품을 팔기도 하고, 여성들의 피부에 대한 간절함을 이용해 온갖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여자로서 피부가 좋아진다고 하면 관심이 가는 것은 당연, 얼마 전 거금을 주고 ‘줄기세포가 90% 포함된 것으로서 주름이 쫙 펴지고 기미도 다 벗겨진다’는 제품을 구매했다. 그러나 제품을 다 발라도 효과가 없었다.
“아니 이렇게 고객을 속일 수가?”라며 강한 배신감에 직접 회사를 찾아갔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거기 근무하는 직원들 가운데 피부가 좋은 사람이 그 누구도 없었다. 눈길을 어디다 둘지 몰라 눈을 내리깔고 있는데 담당직원의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줄기세포를 구두에만 바르나 보군요. 구두만 제일 광채가 나네요.” 뒤늦게 따지기도 그래서 농담처럼 말을 했더니 직원도 웃는다.
물론 사람에 따라 효과도 천차만별일 수는 있다. 하지만 전혀 효과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소문난 맛 집이라고 해서 가보면 정말 맛이 없는 경우도 있고 방송에 수차례 나온 집이라 해서 들어가 보면 속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방송에 나온 집 맛이 왜 이래?”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안’이라는 글자를 아주 깨알만하게 쓰여 있었다. “아하, 방송에 안 나온 집!”하며 크게 ‘썩소’를 머금은 적도 있다. 간절한 고객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정말 과대광고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