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발전연구원(이하 제발연)이 행복주택과 관련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토론회를 개최, ‘도정(道政)의 홍위병’이란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제발연은 제주도 산하 출자·출연기관으로 그동안 ‘제주의 싱크탱크’로 자리매김해왔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 파문으로 그 위상(位相)이 실추됐음은 물론 향후 운신의 폭도 줄어들게 됐다.
제발연 주최로 2일 제주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28회 제주미래포럼의 주제는 ‘제주 행복주택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였다. 지역사회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있는 것을 감안하면 주최 측은 보다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러나 주제 발표부터 편향적(偏向的)인 시각을 보였다. 발표에 나선 이성용 제발연 환경도시연구부장은 시민복지타운 입지 타당성 및 적절성 판단과 타 부지와의 비교는 고사하고, 행복주택 사업의 당위성을 홍보하는데만 열을 올렸다.
이 부장은 “해당 부지에 행복주택이 들어가면 시청(공공청사)에 버금가는 역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은 제주청년들의 주거 부담을 줄여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첫 번째 지역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당초 토론회 패널로 참석 예정이었던 이 지역구 김명만 도의원이 이날 오전 주제발표문을 확인한 뒤 불참(不參)하는 일까지 벌어졌을까. 김 의원은 “자료를 보니 일방적으로 주제를 설정해놓고 몰아가는 식으로 연출돼 있었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아 내가 참석할 자리는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아니나 다를까, 실제로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은 3대1로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
이를 반영하듯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시민은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발전연구원 연구원이 아니라 도청의 도시계획과 직원이 사업설명회를 하는 줄 알았다”며 “이미 행복주택 추진을 기정사실화해 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성토했다.
앞서 거론했거니와 제발연은 ‘제주의 싱크탱크’를 자임해왔다. 비록 제주도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특정 도정의 대변자(代辯者)가 되어선 안 된다. 이름 그대로 제주의 발전과 도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한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것이 제주발전연구원의 소임이다.
이를 망각하고 도정의 허수아비 노릇이나 ‘홍위병(紅衛兵)’ 역할을 하는 것은 본래의 설립 취지와도 맞지 않다. 제발연의 반성과 함께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더 이상 무너뜨리는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