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꿈을 찾기 위해 가는 특성화고
시대가 변했다. 최근 통계에서 올 3분기 4년제 대졸이상 실업자가 31만 5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공고했던 학교 신화가 흔들리고, 일각에서는 고졸자를 위해 대입 전형을 다양하게 내놓고 있지만, 제주는 여전히 제주시 동지역 인문계고 선호 현상에 집중하고 있다. 본 지는 고등학교에서부터 전공공부를 통해 남보다 일찍 자신의 꿈을 준비하는 청춘들과 그 부모들을 만났다. 이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주]
최근 소위 명문이라는 외국어고등학교 재학생이 경쟁이 싫어 다니던 학교를 관두고 공무원의 길로 들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세간에 관심을 불러왔다.
뚫기 힘든 공무원 취업의 벽을 넘어섰다는 놀라움은 당연하고, 전교 1·2등을 다투던 학생이 그와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에 한편에서는 안타까움의 목소리도 나온 것이다. 요즘 사회가 청소년기에만 누릴 수 있는 ‘수많은 도전’과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렇듯 경쟁에 매몰된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꿈’이라는 단어는 ‘경쟁’에 밀려 생소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YWCA 부서연 사무총장 역시 “요즘 학생들이 본인의 꿈과 직업에 대한 구분이 모호해졌다”며 “다양한 직업군이 많고, 도전할 수 있는 꿈이 충분한 데도 점점 그 기회를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대학에 진학하려는 이유(한국기술대학교 발간자료)로 ‘고졸학력만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 것 같아서(41.7%)’가 다른 분야 공부(19.4%), 관련 지식 습득(13.6%) 등의 이유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2018년이 되면 대학 입학정원이 고교생보다 많아질 것이라는 교육부 전망처럼 예전보다 낮아진 대학 문턱이 대학에서의 깊은 배움 목적보다는 주변 시선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는 쪽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괸당문화’가 자리하고 있는 제주는 더욱 심하다.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최근 특성화고 진학 희망자가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제주지역 특성화고 졸업자의 대학 진학률은 67.8%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학력보다 재능 연마(능력)를 위해 특성화고를 선택했음에도 주변 시선 등 외부 요인으로 취업이 아닌 대학 진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된, 그 이외 ‘고졸성공 신화’의 주인공들은 한결 같이 뚜렷한 목표, 자신의 꿈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국·영·수의 공부가 아니었을 뿐 요리·미용·전자기술·시스템설비 등 관심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왔다는 것을 결과로 보여줬다.
올해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통신망분배기술에서 각각 금·은메달을 획득한 한림공업고등학교 문상보·문성현(19·전자과)군도 인문계고 학생들이 하루 종일 공부에 매진하듯 통신망분배 기술에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 늦을 때는 새벽 1시까지 매일 실습실에서 연구에 매진하고 고민했다. 이들은 “성적 안 좋은 특성화고 학생들이라고 고민과 노력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은 편견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매년 특성화고 취업 박람회를 열고 있는 부서연 사무총장은 “특성화고가 무조건 좋은 것만도 무조건 성공의 길을 가는 것도 아니지만 꿈을 찾기 위해 가는 학교는 맞다”면서 “본인의 꿈과 목표가 확실하고, 특성화고에서도 학생들을 위한 지원이 이어진다면 부모의 인식도 좋아질 것”이라고 금빛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취재 대상자들의 학부모들은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도 있었지만, 노력하고 변화하는 자녀의 모습에 다음 자녀들에게까지 특성화고 진학을 권유하는 등 큰 변화가 생겼다고 전했다.
또 내로라하는 이름난 회사에 들어간 것은 아니어도 본인의 적성을 찾고 ‘꿈’이라는 이상을 쫓아 달려가는 것만으로도 부모들은 입을 모아 특성화고 ‘성공’ 이라고 자신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