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살아도 검찰은 산다”
“최순실이 살아도 검찰은 산다”
  • 김철웅
  • 승인 2016.11.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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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정부 비위·게이트 수사 착수
우병우 수석 ‘잘린 날’ 부인 소환
두달 넘게 소환 통보만 하던 검찰

최순실 일가 포함 ‘약속대련’ 의혹
시작 단계부터 무너지는 기대감
프로는 열심히 아니라 결과가 중요

개봉박두. 드디어 시작됐다. 검찰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부인을 ‘전격’ 소환해 조사하고 ‘비선실세’ 최순실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비위’와 ‘게이트’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팀은 지난 30일 우 전 수석 부인 이모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씨는 공직자 재산 허위 신고 및 탈세와 가족회사 ‘정강’의 접대비와 통신비 횡령, 회사 명의로 빌린 외제차의 개인적 사용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정강’ 공금 유용 등 각종 비위 의혹이 제기된 우 전 수석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그런데 검찰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의혹들이 제기된 것은 지난 7월 전후다.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는 7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우 전 수석을 고발도 했었다. 그리고 계속 터지는 의혹에 ‘양파 수석’이란 소리까지 일었다. 처가 부동사 거래 개입·몰래 변론·농지법 위반·공직자 재산 허위신고·병역 아들 꽃보직·본인 병역특혜·부동산 차명 보유 및 탈세·처가-넥슨간 1300억원대 부동산 부당 거래·인사 부실검증 의혹 등이다.

마침내 검찰이 움직였다. 하지만 너무 비겁해 보인다. 우 전 수석이 ‘현역’일 때는 본인은 고사하고 그의 부인도 어쩌지 못하다 권력의 끈이 떨어진 날에야 부인을 첫 대면했다.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구성한 게 지난 8월말이었으니 2개월 넘게 소환 타령만 해온 셈이다. ‘민간인’이 소환에 불응했으면 즉각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구인되고도 남았을 터다. 사자가 힘이 있을 때는 주변만 어슬렁거리다가 이빨이 빠지자 달려드는 하이애나 떼가 연상된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아니 강자였어도 약해지면 인정사정없이 달려드는 대한민국 검찰이다.

이 보다 큰 틀의 그림이 그려졌는지도 모른다. 이른바 ‘약속대련’을 통한 꼬리 자르기다. 의혹들이 너무 많아 그냥 덮을 수는 없으니 검찰은 때리는 시늉을 하고 우 전 수석 네는 맞는 척 하는 것이다. 이래선 안되는 데 하면서도 그동안 보아온 대한민국 검찰의 행태가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연장선 상에서 최순실 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도 큰 기대를 하지 못한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의 모습을 보이지만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 검찰과의 ‘약속대련’이 우 수석 네를 넘어 최 씨 일가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검찰은 지난 29일과 30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청와대가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하자 청와대가 내어주는 압수수색 대상물을 받아들고 ‘순순히’ 돌아섰다. 이건 압수수색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사법기관에 넘겨줄리는 없다.

최순실의 귀국 과정도 석연찮다. 소환 직후 긴급체포를 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할 만큼 중대한 범죄혐의가 있음에도 공항에서 신병을 확보하지 않았다. 그리고 최씨 입국 후 검찰 출두까지 31시간은 증거를 인멸하고 입을 맞출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이러니 ‘권력의 시녀’ 검찰 소리를 듣는다. 항간에 “최순실이 죽어야 검찰이 산다”고 하지만 기대를 하지 않는다. 수사 결과에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해 설령 검찰이 죽어도 검사는 살아남아 ‘내일’을 살아간다.

기대를 않으니 실망도 크지 않을 것이다. 결과가 나빠도 실망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대표팀을 보았던 느낌이다. 잘해야 16강이었으니 예선탈락해도 이상하지가 않았다. 예선 경기내용도, 결과도 예상대로 시원치 않았다.

‘우병우’와 ‘최순실’이라는 큰 짐을 받아든 대한민국 검찰도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열심히는 할 것이다. 열심히 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프로는 과정이 아니라 결과다.

대한민국 축구팀도 열심히는 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린 ‘따봉’ 한번이 활약의 전부라는 어느 스트라이커도 운동장에서 나름 열심히 돌아다녔다. 문제는 골이 없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쓸데없이 운동장을 뛰어다니기보다 적재적소에서 골을 넣는 호나우두의 역할을 대한민국 검찰에게 기대한다면 국민들이 최순실 보다 더 웃긴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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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치 2016-11-04 10:33:32
축구는 열심히만 해도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