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레기줄이기 ‘3·5·7 프로젝트’ 발표
발생량 감소 속 재활용 증가 목표
단군신화를 생각한다. 하늘의 왕인 환인의 아들로 하늘에 살던 환웅은 인간 세상을 좋아했다. 그래서 아버지를 졸라 무리 3000명과 함께 태백산에 내려왔다. 전해지는 단군신화에는 바람의 신, 강우의 신, 구름의 신을 데리고 곡물과 생명과 질병과 형벌과 선악 같은 인간 세상의 360여 가지 일을 주관하여 다스렸다고 하나 이 글의 취지에 맞춰 ‘창작’을 가해 본다.
환웅과 무리들은 처음에는 관광차 한반도에 왔다. 3000명의 관광객은 쓰레기를 버렸다. 그런데 살다 보니 괜찮았다. 그래서 태백산에 귀농했다.
태백산에 도읍한 고조선은 인구가 증가했다. 집들이 지어지고, 호텔이 들어섰으며, 음식점도 증가했다. 건설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 음식물쓰레기도 늘어만 갔다.
환웅의 아들 단군이 왕이 되었다. 고민에 빠졌다. 20년 전에는 쓰레기 문제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인구 증가와 촌락의 확장으로 시민들의 쓰레기 민원이 급증했다. 악취·수거소음·쓰레기, 그리고 쓰레기 배출장소 이설과 철거 등등.
하지만 단군왕검도 뾰족한 수는 없었다. 20여 년 전 태백산 중산간에 만든 매립장은 꽉 차가고, 소각장 용량은 급작스런 쓰레기를 처리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상상으로 그려본 4000여년 전 고조선의 쓰레기 문제고, 지금 제주도의 쓰레기 문제다. 그럼 단군은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단군이 쓰레기 문제에 해답을 제시했다면, 삼국유사쯤에는 정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삼국·고려·조선도 쓰레기 문제를 겪었을 텐데, 완벽히 해결했다면 지금의 국사 참고서에는 ‘쓰레기 처리 기출문제집’이나 ‘쓰레기 문제 한 달 안에 끝내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참고서는 없다.
서귀포시는 지난 10월 17일 ‘쓰레기 줄이기 및 처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4월 신규공직자를 중심으로 한 액션러닝팀의 ‘쓰레기 수거처리 개선방안’을 시작으로 6월 제주발전연구원의 ‘서귀포시 쓰레기 수집운반체계 효율화 연구’, 8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친 시민과 공무원의 ‘도시락 끝장 토론’을 바탕으로 탄생한 서귀포시의 ‘역작’이다.
계획의 특징은 평범함이다. 획기적인 정책은 없다. 하지만 평범함을 갈고 닦으면 특별함이 된다. 시민들이 실천하기 쉬운, 현실에 맞는, 확신이 있는 쓰레기 줄이기 정책과 처리 대책이 담겨 있음을 자부한다. 목표는 ‘3·5·7 프로젝트’로 2019년까지 3년간 쓰레기발생량과 매립률은 3%·5%·7%씩 매년 줄이고, 재활용률은 그 반대로 늘리는 것이다.
주된 방향은 쓰레기 배출은 시민도 위기와 책임을 공감하여 행정과 함께 쓰레기를 줄이고, 수집과 처리는 오로지 행정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내용도 현실적으로 날씬한 쓰레기 줄이기 시민실천 운동본부 구성 운영, 낮 시간대 쓰레기 수거를 통한 악취와 소음 방지, 쓰레기 처리 인프라 효율화를 통한 지극히 현실적인 쓰레기 처리방안 등이다.
계획수립을 위한 토론 과정에서 시민들의 한숨을 들었다. 공무원들의 비명을 들었다. 시민들은 마음의 민원으로 아팠고, 공무원들은 쓰레기 급증에 허둥대는 것을 넘어 쓰러지려 했다. 인공호흡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인공호흡은 단기적인 방편에 불과했다. 시민의 날숨을 듣고, 공무원의 들숨을 통해 정책을 긴 호흡으로 만들고 싶었다.
단전호흡을 하고 싶었다. 토론 과정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 자주하던 말씀이 맴돌았다. ‘놀젠 허믄 떨어지난 소방 솔피멍 걸으라. 경헤사 한디 가진다’ 이렇게 나를 다스렸다.
영혼의 울림대로 소신과 철학을 갖고 쓰레기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 부쳐보겠다. 시민·서귀포시 공무원들과 공동 집필하여 쓰레기 문제 해결에 대한 참고서를 만들어 보겠다. 갈림길마다 이정표를 세우겠다.
스스로를 응원한다. 서귀포시 공무원들을 응원하겠다. 마지막으로 시민 여러분의 응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