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 졸음운전 추방해야만 한다
대형차 졸음운전 추방해야만 한다
  • 강동수
  • 승인 2016.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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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봉평터널 참사
관광버스 졸음운전 41명 사상자
과로·졸음 ‘음주만큼’ 위험

우리나라 법 규정 ‘선언적’
노·사합의시 제한 없이 연장근무
‘휴식’ 강제화 제도장치 필요

대형 관광버스가 지난 7월 5중 추돌사고를 야기하며 사망자 4명을 포함하여 41명의 사상자를 낸 ‘평창 봉평터널 참사’는 졸음운전이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야기하는 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졸음운전을 유발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로는 음주운전만큼이나 위험할 정도로 운전능력을 떨어뜨린다.

하루 종일 수면을 박탈당한 경우에는 혈중알코올농도 0.1%의 음주운전 상태보다도 더 위험하다는 실증적 조사결과도 있다. 특히 졸음운전이 심각한 것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치사율을 일반적인 교통사고의 3~4배까지 크게 증가시킨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발생 경험이 있는 택시운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교통사고 발생원인의 81.6%가 낮은 수입으로 인한 ‘무리한 운전과 과로운전’ 등 열악한 근로환경에 기인한다고 답했다. 과로운전이 전부 졸음운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유발인자로 교통사고 발생에 크게 관여한다.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문제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대형화물차에 의한 졸음운전은 빈번한 야간운행이나 과로할 수밖에 없는 근무여건과 관련이 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과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나 개념적 정의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제45조는 사실상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

또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는 운전자의 과로 방지 및 정기적인 차량 운행 금지 등 안전수송을 위한 명령을 위반하여 운행한 택시운송사업자에게는 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도 “운송사업자는 화물자동차 운전자의 과로를 방지하고 안전운행을 확보하기 위하여 운전자를 과도하게 승차근무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하고, 이를 위반시 10만원 또는 2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과로방지 의무위반 행위를 단속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운수업은 근로기준법 제59조에 따라 특례업종으로 분류되어 노·사간 합의만 있으면 어떠한 제한도 없이 연장근로가 가능하며 휴게시간도 변경할 수 있다. 유럽이나 일본이 사업용 자동차 운전자의 최대가능 연속운전시간을 4시간 또는 4시간30분으로 제한하고, 1일 최대운전시간도 9시간 또는 10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한 것과 대비된다.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에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여 사업용 자동차 운행시간 제한제를 도입키로 했지만 아직까지 제도화 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번 의원입법을 통해 근로기준법 개정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다. 운수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것을 반대하는 개별차주 운전자들도 있어 운전시간 제한과 최소 휴게시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짧은 시간 안에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제도개선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국토교통부의 입장에서는 봉평터널 사고가 나면서 마냥 근로기준법의 개정을 기다릴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국토교통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입법적 조치는 여객 및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령을 개정하여 버스나 화물차 운전자가 4시간 연속 운전하는 경우에는 30분의 휴게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제주 도내에서만 운행하는 대형차는 운행시간이 길지 않기 때문에 2시간 운전하면 15분을 휴식하고, 시외버스는 정류소 소재지에 따라 시내는 5~20분, 읍 소재지는 3~15분의 휴게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

매일 11.7시간씩 과로운전으로 피로가 누적된 운전자들이 오늘도 핸들을 잡고 있다. 과속과 야간운행을 불사하면서 운전할 수밖에 없는 운전자에게 천천히, 쉬면서 운전하라고 요구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유럽이나 일본처럼 연속운전시간과 휴게시간을 철저하게 준수하는 교통문화가 구축이 되려면 입법적 조치와 함께 대형차 운전자를 위한 졸음 쉼터의 확대 등 복지의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모든 차가 그렇지만, 특히 대형차의 졸음운전은 반드시 몰아내야 하는 우리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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