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관광개발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규모 관광개발 누구를 위한 것인가
  • 조미영
  • 승인 2016.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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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발전’ 전제 성장정책에
곶자왈 등 제주자연 무참히 훼손
‘핑크빛 희망’ 무산 피해는 도민 몫

투자비 역대 ‘최대’ 오라단지사업
도민 우려 속에 도정은 사업자 대변
제주 미래가치 고려 신중한 결정 필요

지난 10월 17일 제주도의회 346회 임시회가 열렸다. 이날 개회사에서 신관홍의장은 ‘무사증 입국제와 투자이민정책으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는 성공했지만 중국자본과 유커에 대한 우대정책이 낳은 부작용을 언급하며 미래를 보는 혜안이 부족했음을 인정’하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는 그간 여러 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책임을 지거나 자성의 목소리를 낸 적이 없던 터에 나온 이야기라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정책입안자들 대부분은 성장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 왔다. 개발은 곧 발전이라는 전제로 제주의 산과 해안 그리고 곶자왈 등이 무작위로 파헤쳐 졌다. 하지만, 과연 그때의 개발들이 과연 옳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탑동매립과 중문관광단지 조성 그리고 묘산봉개발사업 등의 사례에서 보듯 핑크빛 희망으로 시작했지만 정작 실패한 개발정책이 더 많다. 그러나 이런 실패한 정책에 누구하나 책임지는 이는 없다. 결국 그 피해는 도민의 몫으로 떠넘겨졌다.

최근엔 외자유치에 급급해 관광특구를 지정했더니 온갖 특혜를 받은 후 결국 시세차익만 얻고 소위 ‘먹튀’한 사례와 투자이민제 도입으로 제주도내 외국인 소유 토지가 2263만㎡, 즉 여의도 8배로 늘었다는 우울한 소식들이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도정은 성급한 개발정책을 내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대표적으로 오라관광단지개발 사업이 그 예이다. 이번 사업은 제주도 역사상 ‘최초, 최고’라는 수식어가 가장 많이 붙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한라산 목전의 위치와 마라도 12배의 면적, 6조원이 넘는 규모 등 이슈거리가 많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규모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기 때문이다.

산간을 가로지는 환경을 차치하더라도 그 곳에 상주할 것으로 예정되는 6만여 명의 인구로 인한 교통문제 그에 따른 용수, 하수처리에 대한 방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이곳에는 7650석의 컨벤션시설과 4300여실의 호텔과 콘도, 면세점, 골프장, 유흥주점, 상가시설 등이 예정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과열된 숙박시설과 대기업의 면세점 등으로 천만 관광객유치에도 불구하고 과실은 도민의 몫이 아니라는 피해감이 팽배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 같은 대규모 시설로 블랙홀처럼 모든 걸 빨아들여버린 다면 영세한 도민들의 상권은 존재조차 힘겹게 된다. 그리고 최근 태풍 ‘차바’의 예에서 보듯 인공적인 시설들로 인해 수많은 재해피해가 발생하였다. 2007년 태풍 ‘나리’ 때에도 무사했던 집들이 이번에는 수해를 입었다. 한천으로 유입되는 저수용량을 조절하기 위해 만든 시설물이 화근이었다. 이렇듯 중산간 숨골에 예정인 오라관광단지개발은 예측 못 할 자연재해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온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간이 지나며 세상의 가치는 변한다. 최근 제주에 열광하는 이들이 찾는 곳은 어디인가? 거친 돌이 드러난 날것의 바다와 곶자왈 그리고 산간의 자연들이다. 탑동매립지에 사라져 버린 몽돌자갈과 과거 중문관광단지가 있기 전 베릿내의 모습 그리고 묘산봉 관광단지로 사라져 버린 곶자왈 등이야말로 제주의 가치를 드러내는 최고의 상품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급한 정책으로 이들을 다 없애버렸다.

그뿐인가? 조상대대로 물려오던 산간마을의 공동목장들은 지금 다 누구의 소유가 되었는가? 도정의 정책을 위해 싼 값에 팔린 땅들이 지금은 탐욕스런 투기꾼들의 손에서 부풀려진 채 팔리고 있다.

이렇듯 급변하는 제주의 모습에 도민들은 불안하다. 다행히 도의회가 나서서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1일 강경식의원의 5분 발언은 이런 도민들의 불안을 대변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도정은 발끈하며 심지어 경고성 메시지까지 날리고 있다. 이는 도민에게 가하는 겁박과도 같다. 도민들의 불안을 애써 외면하며 사업자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 도민의 입장에서 차근차근 해법을 찾아보는 것이 우리가 뽑은 도지사의 역할이 아닐지 묻고 싶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이 논쟁이 제주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더욱 치열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공론화로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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