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감귤은 여름철 폭염과 가뭄, 9월의 잦은 강우, 10월 제18호 태풍 등 유난히 불리한 기상환경 속에 감귤농업인들이 정성으로 생산해 냈고, 감귤유통에 종사하는 농·감협과 산지유통인들의 관리로 지난 10월 1일부터 출하되고 있다.
해마다 노지감귤이 출하되기 시작하면 도에서는 비상품유통단속반을 편성하여 강제착색행위 단속을 위한 숨바꼭질을 해 온 것이 되새기고 싶지 않은 제주만이 자화상이다.
올해산 노지감귤 첫 경매가 이루어지던 10월 3일 새벽 2시, 가락시장 대낮같은 조명아래는 강제착색이 의심되는 감귤들이 버젓이 상자를 열고 있는 것을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장과 함께 지켜보면서 나는 불안했다. 요즘 햇과일은 신선하고 상큼한 맛으로 먹는 소비자들이 소비트렌드 속에서 이대로 지난해, 아니 과거의 전철을 밟는다면 감귤가격은 다시 수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필자는 제주도가 작년 2월 도매시장법인과 전국과실중도매인연합회, 농협, 농업인단체 등과 체결한 ‘강제착색 및 비상품감귤 도매시장 유통근절’ 협약이 생각나 그 자리에서 앞으로 이러한 착색감귤은 도매시장에 발을 못 붙이도록 협약을 철저히 이행해 줄 것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지난 20일 다시 가락시장을 찾아 경매대기 중인 감귤들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열려있는 감귤상자 안에는 푸른색이 남아있는 햇 감귤들이 담겨져 있었다. 물론 중도매인들이 협약을 지키려는 노력도 있었겠지만 소비자들이 강제착색으로 맛없는 감귤을 외면하고 있다는 감귤의 소비 트렌드를 유통인들이 알고 푸른색을 띤 상태로 출하하여야 하겠다는 인식의 대변화를 일으킨 것으로 단언하고 싶다. 그야말로 감귤농업인과 유통인들이 저력으로 일궈낸 성과다.
이제 비규격과나 부패과를 철저하게 선별해 내는 작업에 저력을 모아야 한다. 요즘 도매시장의 의견은 부패과가 많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감귤을 수확하여 3일정도 예조를 하고, 선과과장에서 골라내야만 상자안의 부패과를 없앨 수 있다. 그래야만 감귤가격도 제값을 받아 제주경제의 버팀목인 감귤산업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