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그 '선의 소통'
만화, 그 '선의 소통'
  • 김원민 논설위원
  • 승인 200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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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는 영원히 스스로를 풍자만화(諷刺漫畵)로 그린다. 매순간 그것은 그 현상의 조소(嘲笑)며 모순의 집합(集合)이다.” 철학자 G.산타야나의 말이다. 또 소설가 E.헤밍웨이는 “성격은 만화다”라고 그의 소설에서 갈파했다.
사실 그렇다. 그래서 세상사 만화 아닌 것이 없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세계가 스스로를 풍자만화로 그리는 세상에 ‘진짜’ 만화가들이 ‘뭉쳤으니’ 현실이 만화가 되고 만화가 현실세계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비유하자면 호접몽(胡蝶夢)인지 모른다.
제주만화작가회가 열고 있는 제4회 ‘제주만화작가회전’(8월 16∼20일,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이 그것. 올해 전시회의 주제는 ‘선(線)의 소통(疏通)’이다. 선이 막히지 않고 잘 통하게 되기를 바라는 작가들의 소망을 담은 것 같다.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 꿈 꿔

따지고 보면 선이 막혀버리면 작품이 빚어질 리 없고,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그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질 수 없을 터이니 선의 소통이란 지극히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캐치프레이즈이면서도 의미 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작가들이 던지는 주장은 날카롭고 시니컬하다. 현실에 대한 진한 풍자나 만화를 통해 아름답고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작가들의 소박함이 작품마다에 짙게 배어 있다.
‘역사 바로 세우기’를 풍자한 양병윤 만화작가회 고문은 ‘만화 같은 세상’이니 ‘만화 같은 이야기’니 하면서 만화의 장르를 비하하는 의식이 우리 주위에 잔존하고 있음에 분노한다.

 그는 각박하고 험한 이 현실에 오히려 만화 같은 세상, 만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 삶을 행복으로 이끄는 동력이 됨을 왜 모르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김태곤 회장은 돌하르방을 중심으로 자연사랑과 정보화 시대의 제주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정선으로 모든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치고 있다.
문화가 없는 개인주의의 창궐을 걱정하는 강영수씨는 인터넷의 역기능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이밖에도 대통령의 연정론(聯政論)을 비판한 김경수씨의 ‘대한민국 탑 건’을 비롯, 김윤식씨의 시사만평 등 도내 만화가들의 독창적 영역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내걸려 답답하고 짜증스런 이 여름철에 한줄기 소나기 같은 시원함을 선사해 주고 있다.       

 만화는 비교적 최근까지만 해도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져 왔지만, 최근 시각적 메시지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그림 예술의 형태를 진지하게 연구하게 되었다.
도내에도 만화를 연구하고 그리는 인구가 점차 늘어나면서 만화작가회가 탄생하였고 벌써 4년째 거르지 않고 회원전을 열만큼 커진 것은 회원들의 자기 성장을 위해서나 제주지역의 만화예술 발전을 위해서나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이다.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언어

만화는 ①연극, ②회화, ③무용, ④건축, ⑤문학, ⑥음악, ⑦영화, ⑧사진에 이어 ‘제9의 예술’로 일컬어진다. 아직 ‘제10의 예술’이 탄생하지 않았으니 그만큼 만화의 예술성이 높이 평가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도내에는 만화를 발표할 장(場), 예컨대 간행물 등이 많지 않아 만화가들의 입지나 활동영역이 좁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만화가 최근에는 단순한 흑백라인의 드로잉 뿐만 아니라 영화, TV, 컴퓨터 매체 등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인기 있고 강력한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작가들이 뻗어나갈 길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의 발달로 만화는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그려서 올릴 수 있고,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매체로 올라서고 있다. 다시 말해 만화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만화를 좋아하고 만화를 그리고 싶어하는 까닭도 만화가 풍부하고 다양한 표현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도 제주만화작가회 회원전은 도내 만화 인구의 내연을 넓히고 작가들의 능력 계발은 물론 독자들과 좀더 가까워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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