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게 구멍 뚫린 제주공항 보안
어이없게 구멍 뚫린 제주공항 보안
  • 제주매일
  • 승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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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공항 보안(保安)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 제주에 도착한 후 항공기에서 내린 한 중국인이 공항 담장을 뛰어넘어 도주 잠적하는 초유(初有)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런데도 관계기관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18일 일어났다. 이날 밤 10시21분께 중국 하얼빈에서 춘추항공(9C8797편)을 이용해 제주에 온 중국인 왕모(34)씨가 공항청사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서쪽 관제탑 인근 3m의 높이의 담장(시멘트 2m·철조망 1m)을 넘고 도주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이 같은 사실을 인지(認知)한 것은 1시간30분이 흐른 밤 12시께였다. 입항보고서에 기재된 승객(180명)에 비해 입국심사 승객 1명이 부족한 것을 뒤늦게 확인한 것. 하지만 승객 모두가 이미 공항을 빠져나간 뒤였다.

이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부랴부랴 19일 새벽 1시경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무려 9시간이 지난 오전 10시30분쯤 CCTV에 찍힌 왕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결국 경찰 등 유관기관의 협조를 구해 수색작업을 벌인 끝에 19일 오후 1시25분께 제주시 오라동 가정집에 숨어있던 왕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숱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우선 제주공항 보안 및 대응체계에 커다란 허점(虛點)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각 기관은 책임 회피에만 열을 올렸다. “1차적인 책임은 항공사에 있다”며 계류장에서 발생한 일까지 항공사에 책임을 전가하는가 하면, CCTV 확인 과정도 늑장 그 자체였다.

이와 함께 공항주변에 설치된 경비시스템 역시 ‘무용지물’이었다. 현재 공항 담장에는 누군가 힘을 가하면 경보가 울리는 장력 기계경비시스템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왕씨가 3m의 담장을 넘어갔는데도 상황실 등에는 아무런 경보(警報)가 울리지 않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공항공사 측은 “당시 경비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계속 우기고 있다. 그렇다면 결론은 둘 중 하나다. 왕씨가 하늘을 날았거나, 아니면 공항 경비시스템이 납품비리마저 의심되는 ‘싸구려 불량품’일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왕씨의 경우 제주에 불법체류하다 강제 출국됐던 인물이고, 제주에도 이번 입국을 도운 알선책 등 공범(共犯)이 있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의 제반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하기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관련기관은 책임회피와 핑계대기를 즉각 그만두고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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