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초강력 허리케인 미국 강타
일사불란한 재해대처 부러움
철저한 준비·대처로 피해 최소화
한국도 지진 이어 태풍 자연재해
대응 매뉴얼 아는 국민 얼마나
정부 체계적 시스템 구축 서둘러야
얼마 전 초강력 허리케인 ‘매슈(Matthew)’가 미국 동남부를 강타했을 때 현장에 있었다. 허리케인이 도착하기 전 마이애미 공항은 항공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주민들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비행기 대신 올란도까지 차로 이동해야했다.
이틀간 도로통제까지 있어 모든 행사가 취소된 상황이고 200만명이 대피를 했다고 했다. 필자가 묶고 있던 호텔에도 허리케인을 피해 투숙한 가족들도 여럿 보였다. 그야말로 비상상황이었다. 허리케인 때문에 행사 스케줄이 모두 바뀌었고 종일 꼼짝 못하고 호텔에 감금 아닌 감금생활을 했다. 호텔 투숙객에겐 손전등을 주며 정전에 대비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차원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토안보부와 재난청이 함께 하여 10개 이상의 주에서 식량 및 식수를 준비했다. 200만명의 일사불란한 대피는 물론 정확한 예보부터 대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부의 대응을 연일 방송으로 지켜봤다.
뉴스를 보며 국민들에게 재해에 대처시키는 미국 정부와 대한민국의 재난 대책 상황을 비교 해봤다. 솔직히 미국 국민들이 부러웠다. 방송에선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나와 허리케인에 대한 정보와 안전대책·매뉴얼을 알려줬다. 집밖으로 일체 나가지 못하게 정부가 나서 통제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호텔 밖으로 산보조차 일체 허용되지 않았다. 자연재난의 위험에 대한 교육과 통제가 아주 철저함을 실감했다.
허리케인 다음날 올란도의 아침은 고요했다. 통행금지가 풀리자 도로엔 차들이 다시 다니고 한낮이 되니 허리케인이 언제 왔냐는 듯 도시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인명피해도 적었다.
24시간 방송되던 허리케인 내용 대신 오락프로그램이 나왔다. 미국은 피해가 적은 반면 아이티에선 무려 1000명이나 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유엔에서 나서고 있으나 아이티는 현재 구호품 약탈까지 이어지고 있고 전염병마저 돌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비극이다.
한국도 태풍 ‘차바’의 피해가 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아이티의 큰 비극이 남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다. 태풍 이전엔 5.9강도의 지진이 있었다. 여러 차례 많은 사람들이 진동을 느꼈지만 지진에 대한 위험경고조차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위험을 감지하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는 학생들을 막은 어른들도 있었다.
한국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이 이미 밝혀졌고 지진발생 지역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곳이라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됐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난다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 같다. 국민의 불안은 점점 높아지는데 독일처럼 원자력발전소를 점차 없애겠다는 반가운 소식은 전혀 없다.
자연재해 시 대처 교육이나 요령도 잠깐 방송에서 보이더니 이내 사라져버린다. 재난 시 필요한 대피나 대처요령을 제대로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될까? 남부지방 지진 후 지진대응 매뉴얼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오고 있다. 지하철에서 지진이 났을 때, 건물 안에서 지진이 났을 때 등 예전 같았으면 무관심하게 보았을 상황에 따른 대처법을 요즘은 꼼꼼히 읽어본다.
내진설계에 필요한 건축 공사비용도 관심이 많다. 지하철 내 인공호흡 교육 영상도 유심히 보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 보기도 한다.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현장 교육이 절실함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이상기후로 더 많은 자연재해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연재해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찾을 수 있다. 사전에 재해위험을 감지하고 즉각 국민들에게 알리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이 재해에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부는 매뉴얼을 만들고 국민에게 가르쳐야 한다.
사고 뒤에야 대응 매뉴얼을 만들거나 전문가를 구성, 원인을 파악하는 등의 ‘사후약방문’은 이젠 버릴 때다. 자연재해가 났을 때 국민에게 가장 큰 안전의 위협이 되는 것부터 정부차원에서 앞장서서 없애야 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