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제주학대회를 마무리하며
제1회 제주학대회를 마무리하며
  • 박찬식
  • 승인 2016.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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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학센터 출범 후 첫 대회 의미
‘부족함’ 교훈 내년 알찬 행사 다짐

제주학연구센터가 출범한 지 5년 만에 치러진 첫 제주학대회가 무사히 끝났다. 지난 7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국제학술대회를 비롯, 한국 지역학 포럼·제주어 세미나·제주학 도서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졌다. 지면을 빌어 제주학대회의 성공적 개최에 관심과 협조를 아끼지 않으신 도민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이번 제주학대회는 민간 전문가를 중심으로 추진위원회(위원장 강만생)를 조직하여 대회를 준비함으로써 행사 참여의 폭을 확장시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국내외 제주학 관련 연구자, 연구단체 및 기관이 한 자리에 모여서 발표 토론하고 상호 화합하는 축제의 장으로 마련됐다.

더불어 시민과 학생·청소년이 어우러지는 제주학의 대중화·보편화의 장으로 삼고자 했다. 특히 전국의 지역학 전문가들이 제주에 모여서 마을 기록화 사업을 주제로 토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지역학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중심부 역할을 제주학연구센터가 수행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일에 빛과 그늘이 있듯이, 이번 대회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첫 학술대회였던 만큼 개최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충분하다 하겠지만, 더 나은 대회, 우리 센터의 목적인 제주학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자성’의 시간을 가져본다.

우선 대회의 주제인 제주문화가치의 글로벌화를 얼마나 이루어냈는지 의문이다. 제주 신화를 지사학(地史學)의 방법론으로 고찰하고 동아시아의 비교신화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가 참신했다면, 한편으론 비교의 내용과 범위를 더욱 확장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다.

지역학과 마을 이야기를 주제로 삼은 한국 지역학포럼도 시의적절하게 마을 기록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반면 유럽과 일본의 선진 사례들이 제시되지 않아서 우리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제주학 도서사진전은 초보적인 수준의 전시회라서 홍보와 콘텐츠의 부족을 드러냈지만, 시민들을 향한 대중적 공감의 장으로 꾸준히 지속 발전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변의 제안이 있었다. 전시 내용이 알찼음에도 국제학술대회와 장소가 분리돼 있어서 정작 제주학 연구자들의 참여가 드물었다는 점은 문제였다.

제주학대회의 일환으로서 공모사업을 통해 선정된 4개 제주학 연구단체가 10월 중에 제주학 세미나를 따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학 세미나 지원 사업은 제주학 관련 연구단체들이 함께 연대하자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모두 인문학 분야에만 치중돼서 앞으로는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학술 세미나 형식 외에 전시회·답사·체험행사 등으로 지원 분야를 다양화 시킬 필요성을 느꼈다.

애초 처음 열리는 제주학대회의 주체는 제주학 단체들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제주학 단체가 연대한 추진위원회의 구성을 생각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오랜 역사와 역량을 갖춘 제주학회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주학 도서사진전을 제외하고는 진정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없었다. 시민 대상 특강, 제주학 책 아나바다, 제주학 산책·답사, 공연과 어우러진 제주학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기획이 요구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다. 행사 후 떠오르는 이러한 문제점을 자기 평가와 비판의 소재로 삼아서 더욱 진전된 행사로 거듭나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내년에는 세계 섬문화 비교 연구, 동아시아 해역 문화 비교 연구 등 더욱 확장된 주제 의식과 넓은 참여 층을 염두에 두고 제2회 제주학대회를 추진했으면 한다.

내년 초에 곧바로 제주학 관련 단체들과 연석회의 및 공동 워크숍을 개최하여 같이 고민하고 함께 추진하는 원칙을 세우고자 한다. 이제 첫 제주학대회를 마감하며 새로운 내용과 형식으로 발전해 나갈 2회 제주학대회에 대한 기대감으로 내년을 기약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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