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과정에서 중요한 건 ‘통제권’
당연히 지역이 가져야
그렇지 못하면 개발이익 분배 편향
벤치마킹 싱가포르도 통제권
지역이익 중심 허가 관리
“재주는 제주가 부리고…” 안될 일
최근 원희룡 제주도정은 환경파괴나 난개발, 쓰레기나 하수처리 등 지역사회가 부담해야할 사회적 비용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업면적과 투자금액 모두에서 ‘제주 최대’라고 불리는 ‘오라관광단지개발’ 사업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부정적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행정기관이 사업과 관련하여 사업자와 조율할 마지막 인허가 절차인 환경영향평가에서 제주도 환경국장까지 찬성하며 통과한 상황이다.
수치적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관광개발 투자유치는 제주도정의 정치 정당성 확보란 측면에서 매력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관광개발은 지역경제 활성화 외에 지역자원을 재분배해서 결과적으로 지역 권력을 재할당하는 기능도 수행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발과정에서 ‘통제권’을 지역이 얼마만큼 갖느냐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된다. 왜냐하면 통제권의 상실은 결과적으로 개발이익 분배 과정에서 지역이 배제되고 사업자 위주로 되는 편향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지난 2007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된 중국투자자본에 편중된 관광개발 과정을 통해 잘 드러나고 있다. 즉 중국자본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여는 미미한 반면 환경파괴와 난개발·쓰레기 등과 같은 사회적 비용에 대한 지역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
중국자본의 제주지역 투자가 투자이민제와 결합해 중국부유층을 위한 숙박시설 위주의 변형된 부동산 투자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는 관광개발 과정에서 통제권이 지역이 아닌 중국자본으로 넘어갔다는 정황으로 볼 수 있다. 지표상으로도 2011년 43만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토지 보유가 5년 만에 300만평으로 증가하고, 2016년 6월 기준 제주도내 외국인투자 19개 신고액 24억 달러 중 15개 19억 달러 등 외국인 부동산 직접투자의 78.8%가 중국계 사업이며, 제주도내 외국인 소유 건축물 2861건 중 73%인 2075건이 중국인 소유라는 것은 그만큼 제주도내 중국자본의 영향력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오라관광단지개발 사업은 제주시 오라2동 1357만5753㎡ 부지에 2021년 12월까지 사업비 6조2800억원을 투자해 신도시 하나를 새로 만드는 대형 프로젝트다. 마라도(29만8000㎡)의 10배가 넘는 사업면적과 투자금액 모두 제주 최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내용상으로는 카지노를 중심으로 숙박시설과 엔터테인먼트 등이 결합된 싱가포르의 복합리조트 모델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오라관광단지개발 사업은 싱가포르와 유사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도 존재한다. 제주도가 관광개발의 모델로 벤치마킹하고 있는 싱가포르는 얼핏 보면 외국투자자에게 사업하기 좋은 매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관광개발 사업이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관광개발 과정에서 지역의 통제권을 놓지 않기 위한 법과 제도적 장치도 촘촘히 갖추고 있음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일례로 토지개발은 계획허가제 하에 철저히 지역의 이익 중심으로 허가되고 관리되고 있으며, 나아가 개발계획이 계획대로 진행이 되지 않거나 변경될 경우 심하면 허가 자체의 취소도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는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과 같은 성형외과적 표피적 변화보다는 내과적 수술을 통해 근본적인 체질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다. 싱가포르의 번영하는 외면만 보지 말고 별다른 부작용 없이 잘 굴러가게 만드는 내부의 제도와 시스템을 봐야 한다.
“재주는 ‘제주’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우스갯소리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중국자본 중심의 투자유치에서 제주도가 관광개발의 통제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시스템이나 제도가 미미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식과 통념을 거르면서까지 오라관광단지개발을 밀어붙이는 원희룡 제주도정에 대해 다수의 제주도민들은 당위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오라관광단지개발은 이 시점에서 재고돼야 한다. 이것이 제주가 ‘중국자본자유도시’란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