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말 ‘만만디’ 가 무슨 뜻인지 아는지요?”라는 질문에 ‘천천히’라는 대답이 나오자 ‘아니’라고 하면서 ‘찬찬히’ 라고 말해주었다.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에 ‘말 그대로 slow(느리게)라는 뜻이고 찬찬히는 꼼꼼하고 세심하게라는 뜻’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제주에 산적해있는 많은 현안들을 이제는 꼼꼼하고 세심하게 바라봐야 한다. 노·사·민·정이 서로 생각이 다르다며 신경전만 벌일게 아니라 왜 다르게 생각하는지 서로의 입장이 되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 안 할 수가 없다.
이번 구 한국방통대 건물 철거 건에 대해서도 2014년에 행정에서 받은 ‘안전진단 D등급’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육안으로 본 건물은 너무 멀쩡했기 때문이다. 멀쩡한 건물을 도민 혈세인 1억원을 들여 철거한다고 할 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 주민들까지도 정밀안전진단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되어 각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제주경실련은 도내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을 수행했던 도외 업체에 정밀안전진단을 맡겼는데 C등급 판정이 나왔다. 보수하면 40년은 더 쓸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받게 돼, 이 사실을 알리는 차원에서 최근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지난 8월 도의회 청원심사 때도 행정에서는 건물 철거 후 주차장 부지로 쓰겠다는 답변을 했었다. 그러나 제주경실련에서 의뢰한 정밀안전 진단 C등급이 나온 후 제주도는 건물 철거 후에 행복주택을 짓겠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급조하는 제주도의 정책을 보며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건물에 입주해 있었던 경실련은 이미 8월에 이사를 했고, 그 건물을 우리가 욕심내어 철거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도민을 위해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건물을 1억원이나 들여 철거한다는 것은 경제정의에 반하는 행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36세대 행복주택을 짓기 위해 약 10억원 이상 가격으로 평가되는 350평 3층 건물을 철거해야만 하는가? 행복주택이 이런 건물을 당장 철거할 만큼 절박한 문제는 아니다. 모든 것을 억지로 하기보다는 ‘찬찬히’ 들여다보며 일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