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동씨 방위병 시절 발언 ‘논란’
백승주 의원 “군 희롱·조롱” 지적
국감 증인 채택 여부까지 거론
언행에는 의무와 책임 따르는 법
‘13일 영창’ 발언 진위 가려야
사실 여부 따라 관계자 조치 필요
중국 명나라 말기에 환초도인(還初道人) 홍자성이 쓴 채근담(菜根譚)에 ‘고자질하거나 헐뜯지 말라’는 뜻의 경구가 있다. 그 함의 중에는 ‘왜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느냐’라는 의미도 숨어 있다. 서로 지켜야 할 도리 즉, 분수를 지키며 살라는 교훈이 내포되어 있음이다.
최근 개그맨 김제동씨의 이른바 ‘아줌마와 13일의 영창’ 개그 즉, 고자질이 요사이 정치권과 언론·네티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개그는 그냥 웃어넘기면 그만인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익살이고, 농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개그의 소재는 픽션이거나 논픽션일 수도 있고, 노이즈 마케팅이거나 영업 전략의 하나일 수도 있기에 그러려니 하면 되기 때문이다.
논란의 ‘아줌마와 13일의 영창’ 개그 내용은 대강 이런 것이다. 김제동씨가 지난해 7월 한 종편 TV 프로그램에서 “과거 방위병 복무시절 군 장성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한 4성 장군 부인에게 ‘아주머니, 여기로’라고 말했다가 13일 동안 영창에 수감되었고, 영창을 나오면서 ‘다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라는 말을 3회나 복창했던 일이 있다”며 군을 조롱하는 취지의 멘트를 했다는 것이다.
이 논란은, 국회 국방위원회 백승주 의원이 소위 ‘영창’ 발언을 한 김제동씨의 영상을 보여준 뒤 국방부장관에게 “이건 한 번 웃을 수도 있지만, 우리 군을 희롱하고 조롱한 것이다. 군에 대한 신뢰를 실추시키고 있다. 진위를 가려 법적조치가 필요하다”며 진상파악을 요구함으로써 촉발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국방위원회에서는 김제동씨가 얘기한 조롱 섞인 멘트를 둘러싸고, 그의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논란을 벌였다고 한다. 북핵 문제 등 위중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논란을 벌인 것은 그만큼 파장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자 김제동씨는 지난 6일 저녁 한 콘서트에서 “웃자고 하는 소리에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면서 “만약 나를 부르면 언제든 나갈 수 있지만 일과 후에도 회식 자리에서 사회를 보게 한 것은 군법 위반인데, 이 얘기를 시작하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의 협박성 발언을 했다. 현재 그는 스스로 거짓이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이로써 그 자신이 한 멘트가 거짓이었음을 은연중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 끝에 여야 간사는 증인 채택을 않기로 했다. 대신 국방위원회 위원장은 국정감사 전 “국감장을 연예인 공연장으로 만들 생각이 없다. 김제동씨는 국민과 군에 사죄해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알려졌다.
살펴본다. 무릇 사람의 언행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라야 하고, 품격이 갖추어져야 한다. 더구나 영향력 있는 연예인의 경우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그 멘트가 거짓이라면 설령 그것이“웃자고 한 개그”라 해도 면책 되어서는 안 되고, 더더욱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왜냐하면,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키는 군과 군인의 명예를 훼손·실추시키는 언행이기 때문이고, 그로 인한 사회·정치적 파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줌마와 13일의 영창’발언의 진위 여부는 반드시 가려져야 한다. 사실이라면 재발 방지는 물론 당시 관계자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와 반면에 거짓이라면 그에게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그 이유는 사실이건 아니건 우리 군과 군인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이고, 좁게는 그 행사장에 참석했다는 4성 장군과 그 부인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책임이 굳이 형사적인 것이 아니라 해도 물어야 하는 것이다.
북한 매체 등이 공공연하게“서울 불바다”를 외치며 위협하고 있는 이 엄중한 시기, 지난 1일 김혁수 예비역 해군 제독이 자신의 SNS 계정에 남긴 “군인은 전쟁을 하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키는 자다. 군인은 죽이는 자가 아니라 평화를 위해 죽는 자다”라는 소회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잘못이 있다 해도, 우리 군과 군인이 존중받아야 하고, 존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