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 슬픔에 잠겼는데 … 담당자 사과 필요”
예기치 못한 기상악화 속에서도 일정을 축소·조정하며 강행했던 제55회 탐라문화제가 태풍 피해도 완전히 복구 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사 축하불꽃을 무리하게 터뜨린 것은 경솔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회장 부재호)는 올해 탐라문화제에서 총 1000여발의 폭죽을 나눠 8일과 9일 이틀 동안 각각 5분씩 하늘로 쏘아 올렸다. 탐라문화제 개최를 자축하기 위해 개·폐막일에 맞춰 진행하려던 것이었지만 개막 행사가 취소되며 차질을 빚자 이틀 연이어 쏘아 올린 것이다.
하지만 도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제주도의 태풍 피해액이 200억 원을 넘어서며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염두하고 있는 시점에서 축포를 쏘아 올리는 것은 부적절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지난 10일 제주도청 홈페이지 ‘도지사에게 바란다’에는 “탐라문화제에서 불꽃놀이는 너무도 안일했다”며 “담당자들의 반성과 사과를 요구한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글을 올린 도민 김모 씨는 “창밖으로 터지는 화려한 불꽃들이 거짓말 같았다”며 “이날(8일)은 태풍 내습 당시 인명구조 활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제주 출신 故강기봉 소방관의 영결식이 있었다. 제주로 돌아와 소방관 일을 하고 싶다던 청년은 싸늘한 주검이 돼 고향땅을 밟았고, 수많은 사람들이 슬픔 속에 눈물을 흘린 날이었다”고 지적했다.
또 “때 아닌 가을 태풍으로 수확을 기다리던 농민은 망연자실했고, 정성으로 물고기를 키우던 어민은 죽은 채 둥둥 떠다니는 고기를 뜰채로 건지면서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라며 “아직도 제주는 많은 분들이 복구에 땀 흘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신나는 축제에 모두가 울적해 하며 축제를 즐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라며 “다만 그 소리가 아직 고통 속에 있는 분들, 자식의 죽음에 눈물 흘리고 있는 분들에게는 들리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부재호 회장은 “고민은 했지만 불꽃놀이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현장 복구를 하는 낮 시간대가 아닌 만큼 야간에 하는 것이니 괜찮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올해 탐라문화제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제주시 탑동광장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태풍 영향으로 개막이 취소되면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로 축소돼 개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