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0돌 한글날이 지났다. 한글날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고, 우리나라 고유 문자인 한글의 연구·보급을 장려하기 위해 정한 국가기념일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한글’에 대한 홀대가 심각, 한글날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보급·장려는 고사하고 거부·냉대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우리 문자에 대한 우려가 크다.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리는 ‘격식과 매너를 갖춘 토탈 라이프 스타일’ ‘샤프한 끝 맛’ ‘듀오의 환상적인 퍼포먼스와 함께 멕켈란 3종 테이스팅 세트, 시그니처 칵테일’ 등의 표현을 보면 완전히 영어가 주(主)다. 한글은 ‘양념처럼’ 섞어놓은 기분마저 든다.
간판들도 문제다. 특히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면서 한국어를 아예 배제, 중국어로만 된 간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적지 않은 가게는 모든 내용이 중국어로 돼 있어서, 간판만 보면 한국인지 중국인지 모를 판이다.
행정 또한 대동소이하다. 아니 모범이 되고, 선도해야할 행정이 조장하고 있다. 제주도의 주요 사업이나 정책을 보면 ‘카본프리아일랜드’ ‘오픈 이노베이션’ ‘아시아 캐리커처 컨벤션’ ‘에어시티’ ‘유휴지’ ‘노유자시설’ 등 외래어 천지다.
한글의 제자리 찾기가 시급하다. 관련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주인 의식이 먼저다.
외국 손님을 위한 편의차원에서 간판에 외국어를 적을 수 있다. 아니 국제자유도시이니 써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외국인들이 많이 온다고 해도 내국인보다 많지는 않다. 단순히 누가 많이 이용하느냐의 차원에서도 한글 우선은 당연하다.
외국어에 대한 사대주의도 경계한다. 한글은 촌스럽고 외국어는 멋있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영어니, 일어니, 중국어니 간판에 써대는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이다. 그렇다면 한글이 우선돼야 함을 거듭 강조한다. 한글을 주 언어로 하고 영어 등 외국어를 병기하는 등 ‘언어의 주종(主從)’ 관계 확립을 위한 행정과 국민들의 의식 전환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