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텅텅’ … “적절한 매뉴얼 없이 진행” 비판도

궂은 날씨로 대부분의 행사 일정이 취소 또는 축소됐던 제55회 탐라문화제가 ‘축제 강행’ 결정으로 인해 결국 ‘행사를 위한 행사’로 전락했다는 아쉬움을 남기며 막을 내렸다.
사단법인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회장 부재호)가 주최한 올해 탐라문화제는 지난 5일부터 9일까지 닷새 동안 제주시 탑동 광장 일대에서 펼쳐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막 당일 제18호 태풍 ‘차바(Chaba)’가 제주를 강타하면서 행사는 7일부터 9일까지 사흘로 축소됐고, 이로 인해 개막식이 전격 취소되는 등 유례없는 결정이 내려지게 됐다.
다음 날 날이 개면서 일부 행사들이 다시 재개 됐지만, 8일 오전부터 제주 전역에 쏟아진 폭우로 메인행사인 제주문화가장 페스티벌 거리공연 등 대부분의 공연이 취소되며 행사는 다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최 측이 마련한 전시, 체험, 홍보 부스들은 대부분 관람객 없이 텅텅 빈 채 운영됐다. 진행요원들도 폭우와 거센 바람을 피하기 위해 부스를 비우기 일쑤였고, 비 날씨에 대비하지 못한 천막 구조에 무형문화재 재연자들과 공연 참가자들은 비를 그대로 맞고 있는 등 진행에 대한 아쉬움은 이어졌다.
또 일정 변경에 따른 공지 역시 홈페이지 또는 SNS 등을 통해 시의적절 하게 전달되지 않아 도민과 관광객들의 혼란을 키웠던 점도 이번 행사가 관람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데 한 몫을 했다.
지난 4일 갑자기 예상 진로를 바꾼 태풍 ‘차바’로 인해 제주지역 피해가 예상 됐음에도, 주최 측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던 바 있다. 폭우가 쏟아지던 8일에도 일단 강행이 우선이었다.
이처럼 주최 측의 안일한 대응이 이어지면서 이번 행사만을 위해 몇 달간 준비해왔던 읍면동 및 학생 참가자, 국내외 공연단 등은 결국 관람객도 없이 ‘행사만을 위한 행사’를 치르고 돌아갔다.
대정중학교 1학년 조근협 군은 “한 달 반 동안 연습을 했다. 그동안 연습한 것을 뽐낼 수 있어서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면서도 “비가 많이 내려서 우리 공연을 봐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전했다.

탐라문화제는 매년 행사 운영과 프로그램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며 내년 행사를 기약해왔다.
올해 역시 예기치 못한 날씨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행사 강행을 결정한 주최 측이 비 날씨에 대한 적절한 대응 매뉴얼도 없이 진행하며 혼란을 빚었던 만큼 향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올해 탐라문화제에서는 ‘솥 굽는 역시’를 공연한 덕수리 민속보존회가 민속예술경연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아라리 간드락 액맥이걸궁’을 공연한 아라동 민속보존회가 걸궁 부문 최우수상을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