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론
독서론
  • 허계구 논설위원
  • 승인 2005.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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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주식 시장과 관련된 사람에 대한 말 하나를 하며 글을 시작하려 한다.
B원장은  대학생 때부터 주식투자를 해 왔다. 본과 일학년 때 어머니가 준 500만원으로 시작을 했는데 현대 건설 주식을 사서는 일년 만에 그 돈을 모두 날려버렸다. 그 후 인턴, 레지던트 봉급의 대부분을 주식시장에 갖다 바쳤다.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하고 책을 깊숙이 읽어보기로 하고 미국에 연수 중인 선배에게 관련 서적을 보내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무려 54권이나 되는 책이 들어 왔다. 그는 그것을 모조리 읽어내었다. 그리고 일본어를 독학해서 일본에서 출판되고 있는 주식관련 서적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리하여 그는 주식의 기술적 분석에 있어 국내 최강자라는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쩐 일인지 돈은 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돈이 벌리는 때가 드디어 닥쳐왔다. 그는 또 증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가르치는 의사가 되었고 그리고 1년에 평균 60회 가까이 케이블 TV에서 주식이나 재테크 강의를 3년간 했었다.

그는 두 가지 꿈을 가지고 있는데 그 하나는 마흔 이전에 성공하여 고향으로 내려가는 일이었다. 몇 년 전 이 꿈을 실현하여 고향의 시(市)로 내려가 신세계연합 병원을 설립했다. 그리고  또 다른 꿈의 하나는 아직 실현이 되지 않았는데 장애인들이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재활 병원을 10년 내에 설립하는 일이다.

지식의 두 가지

국내의 한 신문이 ‘책 읽는 대한민국’ 기획의 하나로 8월 8일부터 ‘21 세기 신(新)고전 50선’ 시리즈를 시작하여 신문에서 해설하고 있다. 그 신문은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을 4월부터 7월말까지 그 해설을 시리즈로 실은 적도 있다. 나도 이 난을 즐겨 읽으며 읽었던 책들은 다시 음미해 보고  읽지 못한 것들은 언제 시간을 내여 읽어 보려는 생각을 해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렇게 독서를 통해 얻어 들이는 지식은  여러 가지 기준에 의해 나누어 볼 수가 있다.

그 기준의 하나는 우리의 삶과 직접 연관지어서, 우리의 삶에서, 배경이 되는 지식과, 삶의 현장 속에 있는 지식으로 나누는 것이다. 전자는 교양이 되는 지식들이겠고 후자는 생활에 있어 생활 능력, 생활의 기술과 관련된 지식이다. 서울대 권장 도서 100권이나 신고전 시리즈를 읽을 때 우리는 주로 삶에서 배경이 되는 교양적 지식들을 얻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앞서 예 든 병원 원장이 하는 것과 같은 독서로 우리는 생활의 능력이나 기술을 향상시키는 지식을 얻어 낼 수가 있을 것이다.

독서 하면 전자의 책들이나 읽는 것으로 생각만 하는 것도 좋지 않고 또 후자의 책들만을 읽는 것도 균형을 잃은 일이 될 것이다. 전자의 책들만 읽으면 입은 살아 있으나 무능력한 사람이 될 수가 있고 후자의 책들만 읽으면 능력과 기술은 생길는지 모르나 그것을 잘 못 쓸 수가 있고 삶의 방향을 그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자리잡지 못한 독서 습관

얼마 전 다국적 여론조사기관 NOP월드가 전 세계 30개국을 대상으로 주당 독서 시간을 조사해 보니 한국인이 꼴찌라고 한다. 바쁘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살다보니 교양이 되는 여러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멀어졌고 그렇다고 아직 생활의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키는 독서도 자리를 잡지 못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 

삶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있는 반면, 유용한 지식이 옛날보다 훨씬 풍부해지고 그것을 읽어 낼 수 있는 길도 더 쉬워지고 있는 오늘날의 추세에서,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의 능력과 기술을 향상시키는 독서의 방법을 배우고 그 무서운 힘을 체험하게 되어 가리라 나는 생각하고 있다. 능력이 될 수 있는 영역을 하나 잡고 꾸준히 독서하고 실험하며 새로운 길을 찾아 가는 일을 체험하는 것은  인생의 커다란 즐거움의 하나가 되어 주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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