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천 복개지가 태풍 ‘차바’로 또다시 범람, 지난 2007년 제주를 강타했던 ‘나리’의 악몽(惡夢)이 재연됐다. 이로 인해 주차된 차량 50여대가 급류에 휩쓸려갔다.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조성된 저류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는 2007년 9월 태풍 ‘나리’ 내습 때 한천과 산지천, 독사천과 병문천 등이 범람해 12명이 숨지고 92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서둘러 대책을 마련했다. 4개 하천에 12개 저류지(貯留池)를 조성한 중장기 재해예방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엔 모두 851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당시 행정당국은 “앞으로 폭우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입증하듯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 때는 한라산 윗세오름에 10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지만 시내 하천들의 범람(氾濫)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차바’의 경우 윗세오름 강수량이 660mm에 불과했는데도 한천이 범람해 차량들이 휩쓸려 가는 큰 피해를 당했다. 조성된 저류지가 제 기능을 못했거나, 수문 늑장 개방 등 ‘인재(人災)’가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제주시는 “시간당 약 100mm가 넘는 폭우가 3시간 동안이나 이어지면서 저류지 한계 용량을 넘어선 것 같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설득력이 약하다.
차제에 관계당국은 ‘저류지 부실(不實)’ 등의 문제점은 없는지, 제반 사항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보완을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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