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학교 트랙 선정 아직도 진행중
시범 운영 후 자체 기준 마련 필요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이후 또다시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에 대한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학교 우레탄 트랙 논란과 흡사한 양상인데, 결국 학교 운동장에 대한 안전관리시스템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우선 우레탄 트랙 유해성 조사기관의 공신력이 의심될 정도로 시료 채취 단계에서부터 채취 방식에 대한 기준안조차 제대로 제시된 바가 없었다. 결국 학교별로 두 차례에 걸쳐 트랙 소재를 선정하도록 했지만 학부모에게 제공된 각 소재별 장단점에 대한 정보도 미흡했다. 그리고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교에서는 몇몇 교사와 학부모들만의 회의로 결정되는 등 절차상의 맹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세종시 모 초등학교에 카페트형 트랙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한달음에 달려가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았다. 두 번째 방문한 초등학교에서는 우선 하부 칩 포설 단계까지만 시공하여 유해성 논란을 다소 피하면서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길을 터놓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종 마무리 단계인 엠보싱 작업은 새로운 기준안이 나오는 연말에 작업을 할 계획이며, 유지보수 기간이 끝난 상태지만 이전 시공업체에서 모든 부분을 부담하여 재시공한 사례로 알려졌다. 두 학교 모두 현재로서는 학생과 학부모 등 모두 만족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세종시의 2개 학교를 방문한 결과 제주와의 차이점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제주는 우레탄 트랙이 유해하기 때문에 일단 학생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는 데에 중점을 둔 것과는 달리, 세종시는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조치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성과 포설 방식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트랙 소재를 시범운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교육위원회에서는 그간 각급 학교의 트랙 소재 선정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재차 전체적인 의견 수렴절차를 거칠 것을 요구한 바가 있다. 이에 현재 세 번째 의견 수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학교 관계자나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반복된 조사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지만, 아이들의 안전한 체육과 놀이 활동을 보장한다는 측면이라면 수차례의 조사도 감내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트랙 소재별로 장단점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정확히 제공받아 학생과 학교 관계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당국이 새로운 트랙 소재별로 시범 설치하여 적어도 1년 사계절의 이용 실태에 대해 점검하자는 것이다. 그 결과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유해성 판별을 통해 정밀한 소재 분석이 이루어지리라고 본다.
둘째, 일부 우레탄 재포설을 요구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하부 칩 단계까지 포설하여 엠보싱 작업만을 남겨둔다면 학생들의 트랙 사용을 용이하게 해 주고, 추후 교육부의 KS 기준이 마련된 이후에 우레탄을 시공하자는 것이다. 이는 우레탄트랙 하자보수기간 내에 있는 도내 8개의 학교를 대상으로 의견을 수렴해 볼 필가 있다고 본다.
셋째, 이 기회에 천연잔디·마사토·우레탄 등 트랙 소재에 대한 자체 기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유해성 검사를 할 때에는 채취 단계에서부터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시공업체 측과 학교 측이 각각 입회 하에 두 트랙으로 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이 경우 각각 책임 떠밀기식으로 업체 측과 학교 측의 관점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태풍 차바로 인한 피해 복구 작업에 동참하고 피해 주민들이 하루속히 제자리에 복귀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학교 운동장 트랙이 아이들의 활동 공간이라는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