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장병 10여 명 하우스 복구 구슬땀
서귀포시 공무원들도 일손 돕기에 나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는데 그래도 어려울 때 힘이 돼 주는 복구의 손길 덕분에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습니다.”
역대 가장 강력한 10월 태풍이었던 ‘차바’가 휩쓸고 지나간 다음 날인 6일 오후 2시 서귀포시 대천동의 한 한라봉 하우스에서는 피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태풍이 남긴 상흔에 연거푸 한숨만 내쉬던 농가 주인 윤재식(73)씨는 해군 장병들의 도움을 받아 찢어진 비닐 하우스에 접착용 테이프를 임시방편으로 붙이고 있었다.
해군 제주기지전대와 93잠수함전대 소속 장병 10여 명은 자신의 일처럼 팔을 걷어붙이고 구슬땀을 흘리며 태풍 피해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처음에 다소 서툴렀던 손놀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졌고, 복구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구멍이 나 있던 비닐 하우스는 조금씩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윤씨는 이번 태풍으로 4297㎡ 면적의 한라봉 하우스의 일부 비닐이 찢어지고 구멍이 나거나 벗겨지는 피해를 입었다. 복구 작업이 진행될 수록 어두웠던 윤씨의 표정도 조금은 밝아졌다.
윤씨는 “풍수해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데다 비가 오면 한라봉 수확 전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주저 앉고 싶었는데 장병들이 한 마음으로 도와주니 한시름 놓았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어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농가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꿋꿋하게 일어설 수 있도록 관계기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복구의 손길이 이어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대민 지원에 나선 93잠수함전대 소속 김경빈(22·제주) 상병은 “농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들었는데 현장에 직접 와보니 피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상병은 “여럿이 함께 힘을 합치니까 작업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다”며 “실의에 빠진 농가에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어 기쁘고 큰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서귀포시 공무원 500여 명도 태풍이 강타한 5일에 이어 이날도 침수 주택 등 피해 현장을 찾아 주민을 위로하고 복구 작업을 벌였다.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는 깊은 상처만 남았지만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의 햇살은 조금씩 비춰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