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X놈이 가져간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제주관광 호황과 이주 열풍의 수혜(受惠)가 제주도민이 아니라 대기업의 배만 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지역 9개 대형소매점의 올해 1분기 경상 판매액은 4955억원으로 4년 전(1분기)에 비해 무려 94.7%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국 평균 증가율이 9.4%인 점을 감안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대형소매점’은 매장면적이 3000㎡ 이상인 대형마트와 백화점, 면세점 등을 말한다.
도내 대형소매점의 연간 판매액 추이를 보면 2012년 1조 1741억원에서 2015년 1조 7464억원으로 4년 전에 비해 48.7% 증가했다. 이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같은 기간 40.1% 증가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물론 제주에 진출해 돈을 버는 것을 탓할 바는 아니다. 문제는 ‘단물’은 다 빨면서도 지역과의 ‘상생(相生) 의지’를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신라와 롯데 면세점이 연 6300억원의 매출을 올림에도 지역에 대한 공적 기여는 달랑 3억원에 불과한데서도 잘 드러난다.
국내외 관광객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들은 ‘떡에 묻은 고물’에 만족하며 뒤치다꺼리나 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특히 관광객이 환경 총량(總量)을 넘어서면서 범죄 등의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성당에서 기도하던 60대 여성 신자가 중국인 관광객에 의해 무참히 피살된 것은, 황금만능과 무분별한 성장주의 등 현 세태에 경종(警鐘)을 울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제주도의 관광정책이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지 다시 한번 돌아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