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달라지는 만큼 공무원들도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이듬해인 1977년 ‘재수 끝에’ 지방직 시험에 합격, 9월1일자로 북제주군 애월면사무소에 발령을 받았다. 당시 월 급여는 6만원 수준. 생계에 아주 못 미치는, 당시의 표현처럼 정말로 쥐꼬리만한 봉급이었다.
그래도 “공직자는 봉급보다도 명예를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공무원 선배들의 말을 가슴에 새기고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행복을 지키는 국리민복(國利民福킨다)’의 정신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당시엔 2년에 1번씩 받는 정기감사 외에도 수시로 읍면에선 군, 군에선 도, 도에선 행자부와 감사원이 실시하는 민원감사와 재정감사를 받았다.
10여년까지만 해도 제주지역은 예산 집행상황을 현미경으로 보듯이 빤히 볼 수가 있어서 아주 깨끗하다는 평가가 행자부와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확인됐었다. 예산의 규모도 작았지만 도와 4개 시·군 간 선의의 경쟁도 한몫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가 않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지만 너무 변했다. 제주도의 청렴도가 땅바닥에 떨어져서 헤어날 줄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공무원들은 청렴하다. 문제는 몇몇 미꾸라지들이다. 공직의 ‘청렴의 강’ 물을 흐려놓고 있다. 그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결국은 적발돼 ‘부정한 이득에 대한’ 원상회복은 물론 형사와 행정처벌을 받으며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던 직장까지 떠나야만 하는 일이 발생함을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전국의 광역 및 지방자치단체와 공사에 대한 청렴의 수준을 평가해 공개하고 있는데 제주특별자치도는 매년 하위권에서 맴돌고 있다.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물리적으로 공직자의 행동을 제한하는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28일 시행되는 것을 보면서 자율적으로 청렴하지 못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지만 한편으론 청렴도가 하루 빨리 회복되는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