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복개지 범람 방지 실패 저류지 문제 없나
한천복개지 범람 방지 실패 저류지 문제 없나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6.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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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새벽 4시께 차량 수십대 떠내려오자 주민들 ‘나리악몽’에 충격
市 “기록적 폭우에 한계용량 초과”-“미리 수문 개방했어야” 지적
▲ 한천 복개지 일부 구간이 범람하면서 차량들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박민호 기자

 제18호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도 전역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제주시 한천 복개지가 또 다시 범람, 차량 수십대가 떠내려가는 등 지난 2007년 제주를 강타한 태풍 ‘나리’의 악몽이 재현되는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재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조성된 저류지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태풍 ‘차바’가 제주에 가장 근접한 5일 새벽. 제주지역에는 순간최대풍속 50m/s의 강한 바람과 함께 한라산에는 시간당 171.5mm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제주시는 이날 오전 3시경 한천 제1·2저류지 수문을 개방, 물을 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약 1시간여 뒤 한천 하류지역 복개지 인근 수위가 급격히 상승, 범람하면서 주차된 차량 50여대가 빗물에 휩쓸리는 피해를 입는다. 주민들은 9년 만에 재현된 재난 상황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주민 김모(55)씨는 “새벽에 엄청난 굉음이 들려 밖을 나와 보니 차량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며 “‘나리’ 이후 저류지 등이 생기면서 몇 차례 태풍에도 범람이 없어 안심했는데, 비슷한 태풍이 발생하니 결국 허술한 대책이었다는 게 들어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제주도는 2007년 9월 태풍 ‘나리’ 내습 당시 한천과 산지천, 독사천, 병문천 등이 범람하면서 12명(전체 13명)이 숨지고, 928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중장기 재해예방사업으로 하천 4곳을 대상으로 저류지 조성사업을 시작했다.

이곳에 투입된 예산은 모두 851억원으로 모두 12개의 저류지가 조성됐다.당시 행정당국은 “제주시를 관통하는 4개 하천에 조성된 저류지 12곳(저장능력 164만7000t)이 조성됨에 따라 폭우로 인한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2014년 8월 태풍 ‘나크리’ 내습 당시 약 6시간동안 한라산 윗세오름에 1000㎜가 넘는 물 폭탄이 쏟아졌지만 제주시내 하천들은 범람하지 않아 저류지가 피해를 막는 역할을 한 적도 있다.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지난 4일 자정부터 5일 오전 11시까지 윗세오름에 최대 659.5㎜의 강수량이 기록됐다. 하지만 제주시 한천이 범람해 50여 대의 차량이 불어난 물에 휩쓸리는 피해를 입었다.

2010년 조성된 한천 제1저류지의 용량은 72만9000여t, 제2저류지는17만t 규모로 1·2 저류지 저장 용량은 89만6000t에 이르지만 피해를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대해 제주시는 “시간당 약 100mm가 넘는 폭우가 3시간동안 이어지면서 저류지 한계 용량을 넘어선 것 같다”며 책임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각에선 “태풍 상륙시간에 앞서 미리 수문을 개방했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며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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