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풍속 56.5m/s·시간당 171.5mm 물폭탄 ‘속수무책’
최대풍속 56.5m/s·시간당 171.5mm 물폭탄 ‘속수무책’
  • 박민호 기자
  • 승인 2016.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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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 쓰러지고 체육관 지붕엔 ‘구멍’ 어선 침몰 등…인명·재산피해 속출

순간 최대풍속 초속 56.5m/s. 한라산 윗세오름 624.5mm. 5일 새벽 제주를 강타한 제18호 태풍 ‘차바’는 역대급 기록과 수 많은 피해를 남기고 제주를 떠났다.

이날 제주시 고산 지역에서 관측된 순간 최대풍속 56.5m/s로 지난 2003년 9월 태풍 ‘매미(60m/s)’, 2002년 8월 태풍 ‘루사(56.7m/s)’ 이후 기상 관측이래 3번째로 강한 바람이었다.

태풍 ‘차바’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양의 비구름도 몰고 왔다. 이날 제주시에 172.2mm, 용강동 385mm, 서귀포 288.9mm, 성산 133.9mm, 김녕 239mm, 한림 127.5mm 등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한라산 윗세오름 624.5mm, 어리목 516mm 등 제주산간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특히 시간당 171.5mm의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한천 하류지역이 범람, 차량 침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태풍 ‘차바’의 이 같은 위력은 날이 밝아오면서 더욱 실감케 했다. 제주도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새벽 3시35분경 제주시 노형동 타워크레인이 떨어져 나가며 건물 붕괴 우려 신고가 접수됐고, 오전 4시 30분경에는 제주시 용담동 한천이 범람하면서 주변에 주차했던 차량 50여대가 휩쓸리는 피해가 발생했다. 공사장 가림막과 상가 간판 등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정전 피해도 잇따라 도내 5만여 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고, 교통신호등도 마비됐다.

이외에도 김녕실증단지 내 풍력발전기 날개가 힘없이 꺾이는가 하면, 지난 2014년 강풍 피해를 입었던 제주복합체육관이 또다시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천장에 대형 구멍이 생기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6분쯤 제주항 제2부두에서 선장 송모씨로 추정되는 남성이 선박 사이를 건너다 추락해 실종되는 등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다행이 이날 오전부터 비·바람이 잦아들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피해복구에 동참하면서 태풍이 할퀴고 간 흔적들은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이날 원희룡 제주지사는 5일과 6일 예정된 관훈토론회 등의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태풍 피해 현장과 복구현장을 둘러보며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고, 신관홍 도의장 역시 피해 현장을 찾아 “도민피해 최소화”를 주문했다.

공·항만 이용 차질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제주공항 출‧도착 항공편이 결항해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50분부터 10시까지 국내외 출발항공편 43편이 결항했다. 이에 공항공사 추산 6500여명의 사람들이 제주에 발이 묶였다.

이날 오전 8시30분께 제주국제공항 2층 출발 대기실에는 항공기 결항 소식에 일찌감치 공항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오전 10시부터 항공편 운항이 재개되면서 모두 477편의 항공기가 뜨고 내린 가운데 임시편 16편이 투입돼 탑승객들을 태워 날랐다.

바닷길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제주와 육지를 잇는 9개 항로 중 완도를 향하는 여객선 1편만이 운영됐다. 이에 앞서 전날 오전에는 목포와 완도 항로를 오가는 여객선 2편만 운항됐다.

정전...신호등도 마비

이번 태풍의 영향으로 5만여 가구에 전기 공급이 끊기는 등 정전 피해도 잇따랐다.

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총 5만3413가구가 정전피해를 입었다. 이 가운데 3만8778가구는 복구가 완료됐지만, 1만4635가구는 복구가 진행 중이다. 제주 유수암, 애월, 조천, 도련 등 정수장 5곳도 정전을 피하지 못 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교통신호등도 마비돼 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는 교통 경찰관들이 통제하지 않아 교통사고 발생 우려도 나왔다. 서귀포시 안덕면 창천삼거리 신호등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교통 경찰관이 도로를 통제하지 않아 운전자들 간 혼선이 빚어졌다. 제주시 노형동 중앙S병원 인근 사거리 신호등 역시 고장이 났지만, 경찰 통제가 없어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학교 피해도 잇따라

학교 현장에서도 피해가 접수됐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신광초 운동장 비가림막이 파손되고, 새서귀초는 교실 일부가 침수됐다. 효돈초는 옥상 방화문이 떨어졌고, 세화중은 본관과 체육관을 연결하는 통로의 천장 패널이 파손됐다. 서귀포고와 서귀포여고 등은 외벽 비닐 사이딩이 날라갔고, 온성학교는 본관 외벽이 파손되고 비닐동이 완파되는 등 밤사이 전체 121개교에서 출입문·전광판·유리창·태양전지판 등이 파손되거나 바닥·복도·교실이 침수되는 등의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이에 따라 이날 하루 도내 100개 초·중·고가 등교 시간을 늦췄고, 금악초·화북초 등 15개교가 하교시간을 평소보다 1~3시간 앞당겼으며, 조천초 교래분교장이 휴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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